"한국 정부는 부처 간 정책조율을 하는지 궁금하다.

얼마 전에 만난 한 외국 기업인이 '한국에 투자하면 세제혜택을 준다기에 산업자원부 금융감독원 외교통상부 등을 다 돌았는데 부처마다 하는 얘기가 전부 다르더라'며 당황해 하더군요."(한스 베른하르트 메어포르트 주한 EU상공회의소 부회장)

"한국의 강성 노조는 정말 문제다.

한국이 진정 외국인 투자를 늘리고 싶다면 노사관계부터 확 바꿔야 한다."(마이런 브릴리언트 한미재계회의 회장)

주한 외국기업 단체의 대표들이 한국 정부의 외국인 투자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1일 서울 염곡동 KOTRA 본사에서 개막된 '2006 외국인 투자주간(산자부 주최)' 첫날 행사인 '국제투자 심포지엄'(한국국제경영학회 주최)에서다.

이날 심포지엄의 토론자로 나선 주한 외국기업 단체 대표들은 폭력적인 노조에서부터 정부의 미진한 외국인 투자정책에 이르기까지 평소 품었던 불만을 가감없이 토로했다.

외국기업이 한국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첫 번째 요소는 역시 강성 노조였다.

브릴리언트 회장은 "중국은 정부가 직접 나서 노사문제 등 투자불안 요인을 점검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메어포르트 부회장도 "임금협상 때마다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근로자를 보는 게 부담스럽다"며 거들었다.

이어 메어포르트 부회장은 "한국은 논쟁과 말다툼으로 너무 많은 시간과 정력을 허비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투자자들이 해외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법 적용 방식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론스타 사건도 정치적인 성향이 짙다고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브릴리언트 회장도 "별다른 인센티브도 없이 투자유치를 한다고 해외기업들이 오겠느냐"며 "송도 경제자유구역 같은 곳은 훨씬 더 많은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기업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해외 중소기업은 외면한 채 대기업 유치에만 치중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브릴리언트 회장은 "주한미국 상공회의소 회원업체의 90%는 중소기업이며 이들이 한국에 고용과 신규 투자를 창출하는 주역"이라며 "중소기업 투자유치에 보다 힘을 쏟아달라"고 주문했다.

필리프 리 프랑스상공회의소 회장은 "한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혜택을 홍보하는 데만 열심일 뿐 정작 한국시장이 얼마나 유망한지에 대해선 얘기를 안 한다"며 "해외 중소기업의 대다수는 한국의 시장상황에 무지하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