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은 이달 중순 200억원 규모의 '한류드라마펀드'를 모집할 계획이다.
국내 금융기관이 영화가 아닌 드라마 분야의 투자펀드를 모집하기는 처음이다.
현대증권은 국내에서 만든 드라마를 중국이나 일본 홍콩 등에 판매하는 기존 한류모델에서 탈피,제작 초기단계부터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기획제품'을 만들 방침이다.
시나리오 배역섭외 촬영기술 배급 등의 전 과정에 한국과 중국,일본 업체가 참여한다.
이를 위해 현대증권은 상하이의 영상물 제작업체인 상하이영화제작소(上海製片廠),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문화기획사 E&B스타즈와 제휴계약을 맺었다.
현대증권의 해외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주익수 국제영업본부장은 상하이에서 기자와 만나 "금융자본과 드라마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한류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차원에서 기획된 펀드"라며 "드라마 제작사에 안정적인 제작 여건을 마련해 주면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한류드라마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펀드 조성 취지를 설명했다.
금융 자본의 드라마 제작 참여는 한류비즈니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콘텐츠 개발에 힘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제작업체가 방송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작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조성의 관건은 역시 수익률이다.
영화 투자는 많이 봐 왔지만 드라마분야 펀드는 생소하기 때문이다.
주 본부장은 이에 대해 "아시아 지역의 콘텐츠 수요로 볼 때 매력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영화 투자의 경우 관객 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돼 리스크가 크지만 드라마는 판권 매각과 극중광고(PPL),캐릭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일본 홍콩 대만 중국 등의 방송사가 드라마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시장도 매우 밝다"고 말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과도 합작드라마를 제작한다.
기획 중인 작품은 '겨울새(한국드라마)' '상하이 러브스토리(중국드라마)' '소림사 코스모스(한·중합작)' '레인보우송(한·일합작)' 등 13편.한·중·일 3국은 물론 아시아 TV드라마 전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2,제3의 '대장금'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한국 중국 일본 등의 드라마 제작 관련 업체들이 참여하는 아시아의 대표 영상제작기획사를 발족시키겠다는 목표도 세워두고 있다.
이와 관련,MBC글로벌사업본부의 안현덕 국내사업팀장은 "한국 드라마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면서 올 들어 중국의 한국 드라마 수입은 거의 끊긴 상태"라며 "이제는 드라마의 일방적 수출이 아닌 공동 제작을 통한 상생을 모색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상하이=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