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은 외국 투자자들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대상이다.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노력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을 통해 외국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였다. 이렇게 해서 중국에 진출한 외국 투자자들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값싼 노동력 덕분에 만족할 만한 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이 같은 윈윈 상황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중국내에서 외국 자본의 파워를 통제해야 한다는 '경제 민족주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수개월 동안엔 외국 자본이 너무 많은 투자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공공연히 외국기업을 겨냥해 △과도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전략 산업에서 너무 많은 지분을 확보했다 △중국의 자산을 헐값에 사들였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 민족주의가 수입제한조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외국인들의 중국내 기업활동을 제약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씨티그룹이 광둥개발은행 지분 45%를 사려다 외국 단일 투자자의 중국 은행지분 매입한도 20% 규정에 걸려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회사에 중국 시장을 너무 많이 내주게 된다는 지적을 받아 항저우의 자동차변속기 업체가 독일 기업과 3년 동안 진행해온 조인트벤처 설립을 중단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법인을 세워 건설업을 하려는 기업은 200명 이상의 중국인 직원을 채용해야 하고 중국 인프라 건설에 참여하려는 회사는 최소 3600만달러의 자본금을 등록해야 한다는 것도 외국기업들엔 큰 걸림돌이다.

중국 당국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달 상무부가 외국기업의 중국기업 인수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특히 인수를 막는 이유로 '사회 경제적 질서를 흔들고 공공이익을 해치는 경우'라는 식의 매우 포괄적이고 자의적인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처럼 외국기업의 발목을 묶는 각종 규제와 함께 중국은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맞설 수 있는 '국가 대표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외국기업들의 제조업 조립공장에서 벗어나 연구개발(R&D)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10년내에 글로벌 500대 기업 중 50개 기업을 배출하겠다는 목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외국기업들에 불리한 각종 특혜를 중국기업들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경제 민족주의가 중국이 글로벌화를 받아들이고 세계경제에 통합되는 노력을 포기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중국의 경제전문가들과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자사의 경쟁력이 약해지는 것을 우려하는 중국 기업들이 경제 민족주의를 비판하는데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외국 기업과 자본에 대한 보호주의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강화되고 있는 중국의 경제 민족주의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에 닥친 최대의 위협이다.

정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이 글은 국제정치 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의 '향후 10년 중국 비즈니스의 위험 요인' 연구 태스크포스를 이끌고 있는 해리 하딩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Chinese Check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