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의 팬케이크 전문점인 IHOP 체인점에서 일하는 개리스 라델씨(45)는 최근 회사가 준 MP3플레이어인 까만색 '애플 아이팟'을 들고 다니며 스페인어 공부를 하고 있다.

IHOP가 최근 직원들에게 아이팟을 제공하며 스페인어 공부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델씨 역시 없는 시간을 쪼개 학원을 가거나 책을 들여다 보는 대신 운전을 할 때나 집에 있을 때 아이팟을 틀어 놓으며 짬짬이 스페인어 공부를 한다.

그는 요즘 이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아이팟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며 "패스트푸드 업체부터 의료서비스 업체까지 아이팟을 지급해 최고경영자(CEO)의 지시 사항이나 업무 자료를 직원들이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갈수록 이 같은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반도체 업체인 내셔널세미컨덕터는 약 250만달러의 비용을 들여 해외지사를 포함한 전체 직원 8500명에게 아이팟을 지급했다.

또 금융 서비스 회사인 캐피털원파이낸셜 역시 직원들의 교육을 위해 3000여명의 사원들에게 아이팟을 제공했고,지멘스그룹의 의료 부문인 지멘스메디컬솔루션도 교육 및 영업 지원을 위해 100여개의 아이팟을 최근 구매했다.

지멘스그룹은 현재 그룹 내 다른 회사들에서도 직원들에게 아이팟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아이팟을 이용하는 방법도 회사 특성에 맞춰 다양화되고 있다.

레스토랑 체인점인 팰스서든서비스는 음식 준비 방법을 오디오 파일로 만들어 아이팟에 내장해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다.

내셔널세미컨덕터의 경우엔 회사 인트라넷에 회사 연혁을 담은 비디오 자료를 올려 이를 아이팟을 통해 다운받아 익히도록 했다.

일부에선 아이팟 구매에 따른 비용 증가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은 오프라인 교육에 따른 비용보다 저렴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례로 지멘스의 경우 매년 4번 실시했던 워크숍을 아이팟을 이용하면서부터 2번으로 줄였다.

이는 연간 25만달러 정도의 비용 절감 효과로 아이팟 100개 구매 비용이 3만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효율적이다.

반면 아이팟이 사무 영역으로까지 들어오면서 업무와 여가 시간 사이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젊은 세대가 아닌 50대 이상의 직원들에게 아이팟은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도 문제다.

얼굴을 맞대고 의견을 나누던 이들에게 통신 기기를 이용한 교육은 매우 불편하고,또 이용법을 숙지하는 일도 스트레스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가의 아이팟을 공짜로 받아 음악을 듣는 등 개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들은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지멘스에서 일하고 있는 로버트 브레이트씨(55)는 "업무 시간이 아닌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도 일과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팟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이를 '자기 것'으로 착각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는 게 회사 측엔 또다른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지멘스는 "아이팟은 결코 선물이 아니다"며 최근 해고된 35명의 직원에게 아이팟을 두고 나가도록 했다.

내셔널세미컨덕터는 퇴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할인가격에 아이팟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절충안'도 내놓고 있다.

안정락 기자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