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고급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와의 본격 경쟁을 선언한 현대자동차 베라크루즈에 자동차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2일 베라크루즈를 출시하면서 "SUV가 아닌 LUV(럭셔리 유틸리티 차량)로 불러 달라"고 강조했다.

김동진 부회장은 이날 신차발표회장에서 "베라크루즈는 미국 등 세계시장에서 렉서스 RX350과 BMW X5 등 세계 유수의 최고급 SUV와 경쟁하기 위해 탄생했다"고 밝혔다.

2004년 'EN'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개발에 착수한 이래 26개월간 총 2229억원을 투자한 데서 현대차가 베라크루즈에 걸고 있는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로서 현대차의 가능성도 베라크루즈를 통해 타진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차측은 엔진 성능과 차체 크기 등 주요 제원을 비교했을 때 베라크루즈가 RX350 등을 오히려 앞선다고 평가하고 있다.

베라크루즈에는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된 배기량 3000cc급의 V6 승용 디젤엔진이 탑재됐다.

이 엔진은 최대 출력 240마력,최대 토크 46kg·m로 힘에서는 아우디(233마력)나 벤츠(224마력)의 동급 엔진을 능가한다.

연비도 10.7km/ℓ로 1등급을 실현했다.

차량자세제어장치(VDC)와 전자식 브레이크 보조장치가 장착돼 안전성도 강화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개발 단계에서 경쟁차와 함께 미국 현지 고객을 상대로 사전 평가를 해 본 결과 성능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북미 기준으로 정·측면 충돌시 안전성을 자체 시험한 결과도 최고 등급인 '5 STAR'로 나타나는 등 안전성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7인승이면서도 5인승인 렉서스 RX350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베라크루즈의 장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베라크루즈는 헤드룸,레그룸,숄더룸 등 모든 영역에서 RX350을 앞서고 있다"며 "그만큼 공간을 효율적으로 설계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가격은 모델에 따라 3180만~4140만원으로 렉서스 RX350(6960만원)이나 BMW X5(9230만~1억1950만원)에 비해 절반 이하다.

현대차는 베라크루즈의 초기 붐 조성을 위해 서울 외에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신차발표회를 열고 수입 SUV와 비교시승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VIP를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마케팅도 계획 중이다.

발표된 지 2주가 채 안 된 지난 23일까지 900여대가 계약되는 등 베라크루즈는 일단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에 맞서 BMW코리아가 X5의 튜닝모델인 'X5 에어로다이내믹패키지(옵션 혜택)'로 100대 한정 판매에 나서는 등 베라크루즈의 경쟁상대로 지목된 수입차 업체에서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베라크루즈의 성패는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갈릴 전망이다.

고급 SUV의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만으로는 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오는 12월부터 북미지역에 수출을 시작한다.

현대차의 올해 베라크루즈 판매 목표는 5000대.내년에는 국내에서 2만대,해외에서 6만5000대를 팔고 2010년에는 국내 2만4000대,해외 7만6000대 등 총 10만대 판매를 달성할 계획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