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옛 본점 건물인 본관의 매장 구성 얼개가 짜여졌다.

신세계는 내년 3월 문을 여는 것을 목표로 공사 중인 이곳을 서울 청담동의 '분더샵'과 같은 편집 매장 중심의 신개념 명품관으로 꾸미기로 최종 결정했다.

29일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브랜드 유치의 어려움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본관의 활용 방안에 대해 내부 논란이 있었지만 원래 계획대로 명품관으로 꾸미기로 가닥을 잡았다"며 "기존 명품관들이 브랜드별 박스형 매장을 축으로 구성돼 있는 데 비해 신세계 명품관은 각 층마다 제품군별 편집 매장이 중심이 되는 선진국형 명품 매장으로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 매장으로 롯데 넘어선다

신세계가 '편집 매장' 카드를 꺼내든 것은 에비뉴엘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편집 매장에 무게중심을 둘 경우 입점 브랜드를 유치하는 대신 백화점이 직접 여러 브랜드 제품을 직매입해 매장을 구성하면 된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신관에서의 쓰라린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신관은 브랜드 유치 실패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를 두고 "롯데의 조직적인 입점 방해 공작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계열사인 신세계 인터내셔널의 측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신세계가 편집 매장 전략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신세계 인터내셔널은 해외 명품들을 수입하는 업체로 2000년 서울 청담동에 80여개 브랜드를 모은 수입 명품 편집 매장 '분더샵'을 열어 강남 일대에 편집 매장 붐을 일으켰다.

신세계 인터내셔널의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적절히 활용해 강남 유행을 강북권으로 확산시킨다는 복안인 셈이다.

바뀌는 명품 소비 트렌드도 겨냥

국내 명품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인식도 신세계의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시장에 명품을 빙자한 가짜와 짝퉁이 판을 치면서 기존 명품 소비층이 널리 알려진 브랜드보다는 자신만의 '명품'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

신세계 관계자는 "강남점에 재작년 문을 연 데님 편집 매장 '블루핏'의 청바지 매출이 연평균 20%씩 늘어나는 등 편집 매장에서 취급하는 희소성 있는 브랜드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본관이 명품관으로 탈바꿈함에 따라 현재 영업 중인 신관의 매장 구성에도 수정이 가해진다.

신세계 관계자는 "현재 신관 1층에 자리잡고 있는 프라다 구치 디올 루이비통 등은 본관 1층으로 옮겨가고 그 자리에는 버버리 셀린느 등 '매스티지(대중 명품) 브랜드들이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