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협상단은 내년 1월 중순 서울 신라호텔에서 6차 협상을 열기로 했다.

양국은 당초 연말 타결을 목표로 12월 초 5차 협상까지만 일정을 잡았었다.

이는 현재의 진도로 볼 때 올해 안에 협상을 끝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는 이와 관련,"7차 협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6차 협상에서 타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동안 "연말까지 타결하길 원한다"고 말해오던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타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산품 진전,농산물·섬유 '팽팽'

상품분야 진전이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수확이다.

김 대표는 "관세 즉시 철폐 대상 품목 수가 어느 정도 균형이 이뤄졌다"며 "향후 진전을 이뤄낼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상품분과가 다른 분과협상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이란 점에서 꽉 막혔던 협상의 돌파구는 마련했다는 얘기다.

이번 협상에서 미측은 3~10년에 걸쳐있는 1000여 개의 품목을 즉시 철폐로 바꿈으로써 전체 품목에서 즉시 철폐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 80%,미국 77%가 됐다.

수출액수로는 한국 74.8%,미국 60%이지만 이는 미국이 전체 수출액의 23%에 달하는 자동차를 '기타'로 제외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동차의 경우 자동차작업반에서 논의 중인 한국측의 배기량 위주 세제 개편과 연계해 개방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5차 협상에선 양측이 각각 3~10년 관세철폐 구간에 남은 1500여개 종목의 개방을 앞당기는 과제가 남았다.

그러나 섬유분과는 미측이 첫날 제시한 100여개 품목을 '기타' 에서 '10년 후 관세철폐'로 옮긴 정도의 수정안 수준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농업분과도 한국측은 토마토 상추 등 야채와 원피(가죽) 아보카도 등을 개방하겠다는 수정안을 냈지만 미측은 이를 거부하고 쇠고기 등을 포함한 리퀘스트리스트(개방요구안)를 제시했다.

다만 농산물 특별세이프가드와 계절관세 도입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 낸 점은 성과다.

자동차 의약품 논란은 여전

다른 분과는 합의점을 찾기보다 쟁점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주력했다.

한국측은 당초부터 가지치기를 목표로 했고 미측은 다음 달 7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양보안을 내기가 곤란했기 때문이다.

금융서비스의 경우 한국은 13개 국책금융기관의 특수성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했지만 미국측은 최종 답변을 5차 협상으로 미뤘다.

특히 우체국보험과 산업은행에 대해 특수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서비스 분과는 전문직 비자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미국측은 우리측의 방송통신 융합서비스 유보안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선별등재 제도와 관련된 쟁점사항만을 확인했으며 무역구제 분과에선 한국이 '반덤핑관세부과 유보' 등 5가지를 추가 요구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FTA 협상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5차 협상부터는 '빅딜' 시도

결국 협상은 올해를 넘기게 됐다.

핵심 쟁점이 고스란히 남았고 상품분과 협상도 이제 궤도에 올랐을 뿐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12월4~8일 미국 몬태나(미정)에서 5차 협상을 가진 후 한 달 반 뒤인 1월 중순 서울에서 6차 협상을 갖기로 했다.

다음 협상에선 농업 섬유 등 일부 쟁점이 큰 분과는 분과장에게 맡겨두고 보다 고위급 수준에서 각 분과를 연계해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 대표단은 협상 타결을 위해 내년 3월 전에 7차 협상을 미니라운드 형식으로 갖는 방안도 일부 고려하고 있다.

제주=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