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현금흐름 우수한 중기업 타깃… 경영진ㆍ대주주 접촉

펀드 규모 최대 5천억까지 확대… 매각제한 기한 3~5년으로 확대

장하성(53) 고려대 교수(경영대학장)는 27일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가 투자한 기업들 중에서 일부를 연내에 추가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3층 코스모스홀에서 '최근 국내외 지배구조펀드의 운용사례와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63차 한국IR협의회 조찬강연회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는 최근까지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외에 추가로 여러 기업들에 투자한 상태로 현재 이들 기업의 경영진.대주주와 접촉하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이 기업지배구조개선 등의 우리의 요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연내에 투자한 기업들 중에서 2~3개 기업을 추가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가투자 대상에 대해 "시장에서 익명의 각종 설(設)이 난무,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점을 감안해 몇 가지를 공개하면 (투자 대상 기업이) 반드시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는 없으며 중기업들 중에서 수익성이 좋고 미래 영업현금흐름이 우수한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자산과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진은 자신감이 넘쳐 (지배구조개선 요구 등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장 교수는 "실제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영업을 잘하고 신성장산업 진출 등으로 미래가 밝지만 시장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중견기업들이 많다"며 "정말 좋은 회사인데 시장의 신뢰가 부족해 제값을 받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며 장기적으로는 비상장기업도 기업공개(IPO)시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펀드가 기업의 경영.영업을 방해하고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일부 우려에 대해 "과거의 일(경영실책 등)로 투자한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생각도 없으며 최소한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유지.보장하는 기업이라면 경영권도 보장해줄 것이며 세월이 흘러 지분을 파는 시점에는 (원한다면) 오히려 경영진에게도 팔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또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의 규모를 장기적으로는 최대 3천억~5천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투자자들의 주식 매각 제한 기간(락업)도 현 2년에서 3~5년으로 늘릴 것"이며 "펀드가 성장하면 공모 형태로 개인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장기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도 받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장 교수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에 대한 '먹튀' 논란과 관련, "먹기는 하지만 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는 한국 기업에만 투자하는 컨트리펀드여서 10~2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모든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개방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유 지분이 50% 이상인 기업들이 많은 데 대해 우리 기업에 대한 경영권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애국적인 발언같지만 상당히 국수적이고 위험한 발언"이라며 "시장에서는 기업 인수.합병(M&A) 등까지도 우려하지만 뮤추얼펀드가 M&A를 시도한 사례는 전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투기와 투자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인은 투기꾼이고 한국 투자자들은 투자자라고 보는 시각은 잘못"이라며 "투자 기간만 놓고 볼 때 작년 통계로는 외국인은 10개월, 개인투자자는 1개월반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 "기업을 하는 분들 중에는 주식회사제도를 부정하거나 경영권을 사적 재산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며 "경영권에 대한 도전이 활성화돼야 기업이 발전하는 데 이게 싫다면 상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절대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50%+1주를 소유하면 되나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럴 필요가 없다"며 "이건희 삼상그룹 회장 측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은 3.5%에 불과하고 이 회장 측은 순환출자를 통해서도 50%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경영을 잘해 오랜 기간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며"며 "삼성전자와 같은 지분구조를 갖고 있다면 최고의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