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에 이어 이종석(李鍾奭) 통일장관이 2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개편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장관의 차기 유엔사무총장 당선이란 개각요인이 북한의 핵실험 사태와 맞물리면서 빚어진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여기에 김승규(金昇圭) 국정원장을 교체 대상에 올려놓고 그 시기를 저울질중이며,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컨트롤 타워인 송민순(宋旻淳) 청와대 안보실장은 반 장관 후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장관급인 안보실장을 포함해 통일.외교.국방 장관과 국정원장 등 외교안보라인을 형성하는 5대 핵심 포스트가 한꺼번에 교체 대상에 오른 것은 참여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이들은 모두 대통령이 의장이고, 국무총리도 참여하는 외교안보정책 최고위 회의체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정 멤버들이다.

노 대통령은 인사에 관한 한 취임 때부터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다"는 소신을 지켜왔고, 이번 북핵사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내달초 외교장관 후임만 임명하는 선에서 인선을 매듭지을 것이라고 밝혔던 것도 이 같은 노 대통령 특유의 인사 기조에 따른 것이었다.

때문에 대북 포용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이 장관까지 포함해 외교안보라인의 주요 포스트 전원이 교체 대상에 포함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만큼 노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발생한 새로운 안보 상황과 대처 방향을 놓고 고민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오랜 침묵 끝에 외교안보라인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고민이 수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북핵실험을 계기로 참여정부 대북정책의 성패 여부가 도마에 오르고, 위기 상황에서 국론이 하나로 모아지기보다는 오히려 대책을 둘러싸고 보수.진보로 나뉘어 '정쟁화' 양상으로 치닫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하루빨리 이 같은 상황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통치권자의 결단이 외교안보팀 전면 개편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이종석 장관이 사의 배경에 대해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전, 남북화해를 위한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들이 무차별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정쟁화되는 상황에서 저보다 더 능력있는 분이 이 자리에 와서 극복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당면 현안인 북한 핵실험 문제에 현 시스템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일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그간 정부는 북한 핵실험 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정식 참여 문제 등 대응 방향을 놓고 부처별로 다른 목소리를 내 혼선을 가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노 대통령으로서는 대북 포용정책 조정을 비롯, 확고한 북핵 대응 기조 설정을 위해 외교안보의 중심 라인업을 새롭게 짜는 것이,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며 상황을 관리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퇴임을 1년4개월 앞둔 상황에서 12월 정기국회가 끝나면 대선정국이 본격화되는 시기적 요인도 감안했을 수 있다.

북핵사태 책임론이 비등한 현 상황을 정면 돌파하고 임기 말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외교안보라인 개편을 서두르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의 관심은 개편의 폭이 어느 정도 될 것이며, 새 외교안보팀 진용이 어떻게 짜여지느냐이다.
윤광웅 국방장관에 이은 이종석 통일장관의 연쇄 사의표명에다, 노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외교안보라인의 개편은 전면 개편쪽으로 무게가 실려 있다.

이종석 장관의 경우 참여정부 전반기 외교안보정책 컨트롤 타워인 NSC 사무차장을 맡았기 때문에 그의 교체는 일개 장관 교체가 아니라, 대북 포용정책의 대폭 조정 내지 수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당초에는 유임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 장관이 24일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인선 기류가 크게 바뀌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새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전에 조율됐다기보다는 "물러나겠다"는 이 장관의 뜻이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이 장관이 재신임을 받아 통일부장관에 유임될 가능성은 적지만,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장관은 "학계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대통령께 분명히 말씀드렸다"며 이 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이 장관이 안보실장으로 기용될 경우 외교안보라인 개편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인선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이 장관 후임으로는 통일부 출신의 이봉조(李鳳朝) 전 차관과 김하중(金夏中) 주중대사 등 관료 출신이 주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여권 인사로는 열린우리당 배기선(裵基善) 의원이 거명되고 있다.
반면 송 실장은 외교장관으로의 영전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의 신임을 전폭적으로 받는 외교관 출신으로, 미국 등 동맹국과의 협조를 바탕으로 한 '실용적' 관점에서 북핵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외교무대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청와대내 지배적 기류이다.

하지만 송 실장이 안보실장에 유임될 일말의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가 대미외교에서 '자주성'을 중시해온 점을 비판하는 보수층의 반대가 적지 않고, 마땅히 안보실장 후임을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 출범 후 첫 문민 장관 탄생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른 국방장관 후임은 군조직 장악과 국방개혁 가속화를 위해 군 출신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가운데 청와대가 '문민 국방장관' 카드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군 출신으로는 김종환(金鍾煥) 전 합참의장과 안광찬 비상기획위원장이 물망에 오른다. 동시에 참여정부 출범 후 육군과 해군 순으로 국방장관을 맡았다는 점에서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과 배양일 전 공군참모차장도 부상하고 있다.

문민장관의 기용 여부를 놓고 국회 국방위원장 출신인 장영달(張永達) 의원 등이 후보로 검토될 수 있지만, 이라크 파병 반대에 앞장서는 등 재야 성향이 강해 군내 거부감을 살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승규 국정원장이 교체된다면 윤 국방장관이 자리를 옮겨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 북핵사태로 인해 국정원의 대북정보 수집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있고, 윤 장관이 참여정부 국방보좌관을 지내며 노 대통령의 철학에 정통하다는 점 때문이다.

국정원 내부 승진 첫 원장 배출이라는 차원에서 NSC 정보관리실장을 지낸 김만복(金萬福) 국정원 1차장의 내부 승진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참여정부 들어 국정원 개혁 관리 및 점검을 지휘해온 문재인(文在寅) 전 민정수석 발탁 관측도 있지만, 지난 8월 법무장관 인선 파동 때처럼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의 '국정원장' 배치로 정치적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