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자살한 사람에게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자살의 경우에는 업무와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재해로 인정하지 않던 것과 달리 법원의 판결이 유족측에 유리해지고 있는 추세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대전경찰서 김모씨의 아내가 "업무 중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고통을 겪던 남편의 자살도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씨는 가정폭력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가 술에 취한 운전자가 운행하는 차에 치여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수술까지 받았다.

그러나 후유증이 심각해 정신적 불안과 우울증 증상을 보이다 투신자살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37세인 김씨로서는 절망감이 더욱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은 또 지하철 기관사로 근무하다 2003년 자살한 임모씨에 대해서도 최근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안전운행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과 승객 사상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는 등 극도의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업무상 스트레스에 따른 '강박장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

1970년부터 섬유관련 업체에 근무해 온 김모씨는 산재발생과 품질문제로 인한 클레임 발생 이후 퇴근 후에도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제품을 재확인하는 등 강박 장애 증상을 겪다 2001년 '강박장애' 진단을 받고 퇴직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없다며 요양승인신청을 거절했지만 법원은 원고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도 지난달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암으로 사망한 신모씨 사건과 관련해 "장기간 유해물질에 노출돼 암에 걸렸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