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수를 측정해주는 기구인 만보계가 '제2의 전성시대'를 맞았다. 1990년대 말 반짝 인기를 누리다 차츰 사라졌던 만보계가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걷기족'들의 필수품으로 재부상하고 있는 것. 걸음 수를 재는 기능 외에 칼로리 소모량 측정 등의 기능이 더해진 '건강관리형 만보계'가 매출 신장을 주도,올 하반기 들어 제품별로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고 5배까지 늘어났다.

22일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현재까지 각 매장별로 1800~1900개의 만보계가 팔렸다. 9월 판매량에 비해서는 30%,지난 6~8월 사이 한 달 평균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 늘어난 것. 인터넷 구매자도 크게 늘고 있다. 오픈 마켓인 G마켓은 지난달 만보계 판매량이 3500여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칼로리 측정 만보계는 자신의 체중과 보폭을 만보계에 입력하면 운동 소모 칼로리가 표시된다. G마켓에서 2300원에 팔고 있다. 여기에 라디오 기능이 추가돼 걷기 운동의 따분함 해소를 돕는 제품도 3200원이면 살 수 있다. 다만 오픈마켓 취급 제품은 값은 싸지만 디자인이나 견고함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것에 뒤진다.

이마트에서는 디자인이 고급스럽고 저가 제품의 절반 정도밖에 무게가 나가지 않는 '다이어트 만보계'를 1만2800원에 팔고 있다. 칼로리 측정 등 기본 기능은 똑같고,클립이 달려 있어 벨트가 없어도 착용할 수 있다.

이색 기능을 추가한 만보계도 나와 있다.

헬스케어업체 녹십자는 걷기나 산행 등 야외활동시 심장발작 등 갑작스런 위기상황 때 버튼을 누르면 시끄러운 경보음을 발생시키는 '비상 경보 만보계(4만5000원)'를 내놨다. 소형가전 전문업체 신우전자는 몰래카메라 탐지기가 장착된 만보계를 1만8000원에 판매한다. 몰래카메라와 도청기가 방출하는 특정 전파를 감지해 전구의 깜빡임으로 알려주는 장치가 달려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건강관리형 만보계는 제품에 따라 인식하는 진동 정도가 서로 달라 걷는 방법과 습관에 따라 종종 카운트가 안돼 잘못된 수치를 보여주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시험 착용한 상태에서 10보 이상을 걸어보고 감도가 적당한지 확인한 뒤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