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0일 "현재 경제상황이 사실상 불황"이라고 진단해 그 배경과 향후 정책변화가 주목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북한 핵실험 사태 이후 하강 위험이 더욱 커진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거시정책 기조를 바꾸기로 하고,수순 밟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일부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동원하기 위한 바닥 다지기란 지적도 있다.

어쨌든 정부가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불황'으로 인정한 만큼 내년엔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 등 경기 확장적 정책들을 본격 시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선용 부양 명분 쌓기?


재경부는 북한 핵실험 이후 안정 위주의 거시정책 기조를 확장 위주로 바꾸는 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박병원 재경부 제1차관은 북한의 핵실험 사흘 뒤인 지난 12일 정례 기자브리핑에서 "거시정책 기조를 조정할 수 있다"고 공식 언급했다.

권 부총리도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경기관리를 하겠다"며 경기 부양을 적극 시사했다.

국책연구기관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이 "북핵 사태가 확대되면 금리 인하나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정책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하자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도 "경기 부양책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거들고 나섰다.

권 부총리가 국민총소득(GNI)을 언급하며 '사실상 불황'이란 말을 한 것도 이런 일련의 경기 부양 수순 밟기의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진작부터 경기 부양 쪽으로 정책 선회를 검토해왔다"며 "마침 터져나온 북핵사태가 좋은 핑곗거리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정부가 DJ정부 때처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목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는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재경부 관계자는 "여당에선 지금 같은 경기론 대선을 치를 수 없다며 정부에 경기 부양 압력을 넣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재정 확대·금리 인하 유력

재경부는 어쨌든 경기 부양에 나서더라도 DJ정부 때와 같은 신용카드 남발 등 무리한 부양책은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다.

조원동 경제정책국장은 "정부는 경기사이클이 잠재성장률(정부 추정 4.9%) 밑으로 크게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정도의 '경기관리'만 할 것"이라며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경기를 띄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기본 인식"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현재로선 정부 입장에서 가장 손쉬운 내년 예산의 조기집행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내년에 배정된 예산을 연초와 상반기에 집중 집행해 경기를 떠받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 경우 하반기엔 상대적으로 예산이 줄어들어 결국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재정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선 금리 인하도 예상된다.

재정 조기집행만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한국은행에 콜금리 인하를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여당의 경기 부양 압력이 점차 세진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건설경기 진작을 위해 부동산 세제 등을 완화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아무리 경기가 어렵더라도 참여정부가 주요 국정목표 중 하나인 부동산 시장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송종현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