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건강을 잃어가고 있다.그러나 주치의는 환자의 맥박을 헛짚고 눈길은 허공을 헤맨다. 수술대에 누워있는 환자가 불안한 것은 집도의가 병든 장기를 제대로 알아보고 칼을 댈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앞뒤(시간적 일관성)와 좌우(횡단적 일관성)에 모두 문제가 있다. 현 정부 경제정책이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아둔한 항해사 때문이다."

한국 경제학계의 거목인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67)가 1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2차 정책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랄히 비판했다.

참여정부가 경륜 있는 직업관료보다 전문성 없는 코드 인사를 중용하면서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잃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는 경륜있는 전문가들을 '잠재적 부패세력'으로 추정해 물리치고 무경험과 의욕만 가진 코드인사로 교체했다"면서 "과천 관료들이 이념으로 무장된 코드 정부의 등등한 기세에 눌려있으며 코드정부는 정책을 집행하기보다는 선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인사가 이렇게 돌아가면서 당국이 시장상황보다 정치 상황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경제정책의 일관성과 합리성을 유지하려면 정책 수립과정에서 이익집단과 시민단체들의 참여의 폭과 깊이를 조정해야 하고 정치권의 인기영합적 억지 요구에서 비켜서서 정책이 탈 정치화되도록 해야 하는데 못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즉 한·미 FTA가 자원부족과 시장협소를 해결하는 길이라면 정부에서 한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정치화되다보니 여러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

김 교수는 세계 경제가 2000년대 이후 연 3.2%라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현 정부 집권 이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3~4%에 그치고 있는 현상을 놓고 "한국 경제가 내부적 요인에 의해 건강을 잃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내부 요인으로 정책 실패에 따른 소비 부진을 들었다.

즉 미국의 엄청난 적자와 중국의 막대한 흑자로 세계 경제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어 적절한 내수 진작이 강구돼야 하지만 과도한 교육비,주거 관련 비용,조세부담 등으로 실질가처분소득이 크게 줄어 소비가 안 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등 인기영합주의에 따라 과잉지출하면서 비효율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즉 전국을 개발한다고 토지 수용에 수십조원을 살포하면서 지가가 치솟자 다시 정부는 이를 잡겠다고 세금 등 각종 부동산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그는 "병을 덧나게 하고 다시 치료하려는 모양새"라면서 "종부세 등 각종 부담으로 가계는 소비까지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정부는 세출과 조세를 대폭 늘리려고 하고 있다.이 같은 정책으로 미래 세대는 무거운 세금 선물보따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적자원 정책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았다.

즉 인구가 줄어들고 노동생산성은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정이념을 지향하는 전교조가 위세를 부리면서 국내 교육기관들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고용인력을 공급하기에 역부족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넉넉한 자금을 갖게 됐지만 △지배구조 개선요구에 따른 경영권 상실 우려 △노사분규 피로에 따른 국내고용 기피 △공정거래 입지 환경 등 정부규제 등 때문에 활기있는 설비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도 기득권세력의 과도한 영향력에 따른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층 구직난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