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기업들이 브랜드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브랜드 경영은 기업이 자사 제품에 '브랜드'라는 상징성을 부여해 심리적인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기법이다.

브랜드가 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삼성 등 대기업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브랜드 경영에 눈을 떠 브랜드와 관련된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실시해 왔다.

이 같은 트렌드가 중견·중소기업들에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구인테리어 업체인 한샘(부회장 최양하)이다.

한샘은 업계 처음으로 대단위 아파트나 주택시장에 대량 공급하는 특판가구에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독자 개발한 고급 브랜드 제품을 모델하우스 단계부터 설치해 이른바 '특판가구는 싸다'는 이미지 씻기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

이 회사는 최근 판교지역 주택공사 대형 빌라(53·76평형) 모델하우스에 특판 전용 부엌가구 브랜드인 '케르체(KERZE)' 로고가 붙은 제품을 설치했다.

이에 앞서 판교지역의 태영 데시앙 모델하우스(32평형)에 설치한 부엌가구에도 '한샘' 로고를 붙였다.

일부 수입 명품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모델하우스에 들어가는 특판용 부엌가구나 인테리어 제품에 고유 브랜드를 붙인 것은 한샘이 처음이다.

한샘 관계자는 "특판용 가구의 경우 모델하우스 제품과 실제 입주하는 아파트 제품이 다를 수 있어 가구업체들은 모델하우스 단계에선 브랜드를 노출시키지 않는 게 일반적 관행이었다"며 "건설사들이 아파트에 브랜드를 붙이는 고급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것처럼 입주자들이 선호할 만한 특판 전용 부엌가구 브랜드를 내세워 시행사들이 한샘 제품을 선택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쿠홈시스(회장 구자신)는 전기밥솥 기업으로선 이례적으로 '명품' 브랜드 구축에 나서 주목을 끌고 있는 경우다.

기존 '쿠쿠'브랜드를 붙인 48만원대의 전기밥솥을 출시하고 브랜드 경영에 본격 가담한 것.이 회사는 지난달 천연 곱돌 내솥과 네트워킹쿠킹 등 각종 첨단기능이 적용된 10인용 '일품석 IH압력밥솥'을 48만7000원(백화점 판매가)에 내놓았다.

이는 이 회사의 기존 최고가격 제품인 6인용 '일품석'(35만원)보다 37%가량 비싸다.

쿠쿠홈시스는 천연 곱돌을 직접 깎아 만들어 구수한 돌솥밥맛을 낼 수 있는 내솥을 비롯해 인터넷으로 최신 조리 기능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네트워킹 쿠킹 등 그동안 개발한 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디자인도 제품 전면부와 뚜껑부위에 돌 질감이 나는 3D 입체패턴을 채용해 명품 이미지를 살렸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제품 출시를 계기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확대하는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아예 사명을 변경하는 사례도 있다.

43년 역사의 내의업체 쌍방울(대표 이호림)은 지난 3월 사명을 '트라이브랜즈(TRYBrands)'로 바꿨다.

이호림 대표는 "패션업체로서 이미지를 변신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쌍방울' 대신 총 매출의 66%를 차지하는 내의 브랜드 '트라이'를 기반으로 한 '트라이브랜즈'를 사명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이동통신 중계기 전문업체인 하이온콥(대표 서정근)은 지난 2월 사명을 '중앙시스템'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새 이름은 이 회사의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단말기 브랜드 '하이온'(hyon)에서 따온 것이다.

하이온콥은 또 제조전문 자회사인 에밀렉스도 사명을 '하이온시스템즈'로 변경하고 곧 설립할 단말기 유통법인의 이름도 '하이온포유'로 정했다.

이 회사 서정근 대표는 "최근 '하이온'으로 출시한 지상파 DMB 단말기를 앞세워 대대적인 브랜드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