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영국의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폐암치료 신약 '이레사'의 보험가 인하 문제를 놓고 오는 19일 법정에서 한판 대결을 벌인다. 제약사측은 이레사가 동양인에게 잘 듣는 혁신성을 가진 신약이라 이에 상응하는 값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복지부는 약효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약값을 인하한 정책이 옳다며 맞서고 있다.

이번 법정 공방은 정부가 11월 시행을 예고한 약값적정화 방안(포지티브리스트시스템)을 앞두고 다국적 제약사의 보험약값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소송은 외부 전문가 초빙,프레젠테이션 동원,영상 중계 등 입체적 형태의 '구술중심재판'으로 진행될 계획이어서 법조계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보건복지부, 법정서 '과학' 대결
◆이레사 혁신성 인정 여부가 관건

15일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사가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약가 인하 처분 취소소송' 1차 공판이 19일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 101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번 공방은 시민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지난 3월 "미국에서 실시된 임상3상 시험에 비춰볼 때 이레사정은 '혁신' 신약으로 분류할 만큼 약효가 뚜렷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이 단체는 이후 복지부에 약가조정 신청을 내 받아들여졌으며 7월 당시 정당 6만2010원이던 약값이 5만5003원으로 인하됐다.

이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측은 "미국에서 실시된 임상3상 시험에서 이레사정이 동양인들에게는 분명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재판은 이에 따라 '이레사정이 동양인에게는 뚜렷한 효능이 있다'는 임상 결과가 과연 신뢰할 만한 것인가를 놓고 양측의 공방이 펼쳐지게 된다.

◆과학적 내용 놓고 입체 대결 펼쳐

이 재판은 무엇보다 의학적,과학적 내용을 놓고 양측이 논리대결을 펼친다는 것이 주목 대상이다. 양측은 일단 임상시험 결과라는 쉽지 않는 분야에 대한 재판부의 이해를 돕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각각 준비 중이다.

재판이 열리는 101호 법정은 전자법정으로 판사들은 별도로 설치된 화상 모니터를 보면서 어느 쪽이 보다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방청객들 역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재판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양측은 특히 재판이 구술변론으로 진행되는 만큼 외부 전문가도 초빙해 놓은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측은 강진영 강남성모병원 교수와 자사의 손지웅 상무를,복지부측은 신현택 숙명여대 약대 교수와 이상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위원,이정신 서울아산병원 교수 등을 내세울 계획이다.

이번 재판의 또 다른 변수는 지난 9일 법원에 '3자 소송(이해 관계를 가진 제3자가 소송에 참가하는 것)'을 제기한 건강세상네트워크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 시민단체들이다.

이들은 19일 공판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16일에는 이레사정의 일본시장 퇴출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일본 시민단체 등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여론 환기에 나설 계획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