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는 종이 위에 유화를 사용하는 독특한 기법으로 '인간과 자연의 일체'를 정감 있게 그려온 작가다.
고미협이 지난 8월 상설전시관을 '수운회관'으로 이전한 이후 개관전 형식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해학적인 요소를 가미해 동심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표현한 작품 5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주제 역시 '정기호의 놀이적 세계'로 붙여 작가의 유년 시절 감수성을 특유의 유쾌한 필치로 담아냈다.
정씨의 작품을 잘 보고 있으면 '전원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발레의 안무'처럼 색과 선의 율동감에 절로 흥이 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때로는 인형같은 모습으로 날렵하게 움직이며,때로는 영매의 힘으로 공중에 떠있기도 한다.
머리의 덧칠에서 기하학적 구도를 보여주는 것이나,손을 부유하는 꽃잎으로 치환시킨 것도 화면에 음악적인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프랑스 미술평론가 제라르 슈리게라씨는 "정씨의 작품 속에는 육신의 파편,삼각형으로 축소된 얼굴,돌출된 식물,선회하는 꽃잎,여행하는 별과 바다 등이 악보 같이 모두 동시 녹음돼 있다"며 "하늘색 배경 위에 펼쳐진 빛과 파스텔톤 채색에서는 때묻지 않은 동심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고 평했다.
1939년 일본 강산에서 태어난 정씨는 9세 때부터 전라북도 남원에 정착해 살다가 1995년 파리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회화 작업을 시작했다.
19일까지.
(02)730-560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