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수요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아파트 브랜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주택 브랜드 활용 트렌드는 최근 5년 새 확실한 정착 단계에 돌입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요즘 주택시장 브랜드는 공산품 시장처럼 해당 업체 이미지와 상품의 신뢰도 등을 포괄적으로 상징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택업계는 올해부터 대대적인 브랜드 파워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주택정보업계에 따르면 이달 현재 자체 브랜드를 가진 주택업체는 전국적으로 모두 74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대형 주택건설업체들의 브랜드 경쟁은 가히 '총성 없는 전쟁'으로 불릴 만큼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대형 주택건설업체들이 자체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이 업체당 200억~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부동산 정보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주택 수요자들 역시 아파트 브랜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로써 같은 지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라도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청약·계약률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사례가 속출한다.

기존 주택 집값도 브랜드에 따라 수천만원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지은 지 오래 된 아파트 주민들의 경우 새 브랜드로 바꿔 달라는 민원들을 쏟아내고 있고 이 바람에 주택건설 업체마다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지난달 기존 아파트 이름을 무분별하게 교체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설 정도로 브랜드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업체별 브랜드 경쟁이 특히 치열해지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이미 국내 주택시장이 업체 규모에 상관 없이 품질이 상당 부분 평준화된 상태여서 시공 능력이나 품질 등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브랜드 경쟁은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쪽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품질-첨단-환경-건강-고급화-커뮤니티 등의 컨셉트는 브랜드 경쟁이 기본이 됐다.

최근 새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를 선보이며 주택 명가 회복을 선언한 현대건설만 해도 회사 이름과 브랜드의 이니셜인 'H'자를 활용해 '집에 담고 싶은 모든 가치'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현대는 우선 명예(Honor) 열정(Hotness) 역사(History) 사람(Human)을 키워드로 브랜드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각종 평가에서 브랜드 인지도 선두를 고수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래미안' 역시 현대건설의 새 브랜드 출시를 전후로 '클라이막스를 산다'는 슬로건과 함께 아파트 외관에 색채 마케팅을 도입하는 등 '수성(守城)'에 주력하고 있다.

단지마다 회색·녹색·빨간색 등 세 가지 색깔만 사용해 멀리서도 '래미안' 단지인지 금세 알아볼 수 있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어 대우건설(푸르지오) GS건설(자이) 대림산업(e편한세상) 등 브랜드 파워 선두 업체들 역시 맞불 작전으로 응수하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광고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톱 모델' 가운데 아파트 브랜드 광고에 나오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브랜드 리모델링을 해서 새로 광고전을 펼쳐야 하는 후발 업체들의 경우 아파트 모델 모시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푸념이 들릴 정도다.

광고 방식의 차별화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엔 비용이 많이 드는 연작 드라마 형식의 시리즈 광고도 잇따르고 있다.

주택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광고를 통해 대대적인 품질 향상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이를 실제 주택시장에 실현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