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후판전쟁'이 일어나나.

동국제강이 13일 원재료 수입가격의 인상으로 후판(선박 등에 사용되는 두꺼운 철판) 가격을 t당 5만원 올린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04년 후판 가격이 급등하면서 빚어졌던 국내 철강업계와 후판 수요업체인 조선업계 간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동국제강은 오는 16일부터 투입되는 원재료(슬래브)로 만들어지는 조선용 후판(11월 말부터 제품 출하 예정) 가격을 종전 58만5000원에서 63만5000원으로,비조선용 후판은 62만원에서 67만원으로 5만원씩 인상키로 했다.

동국제강이 후판가격을 올린 것은 2004년 6월 이후 2년4개월 만으로 그동안 후판값을 원재료 가격에 연동시켜 내렸었다.

동국제강은 "현재 우리 회사가 주력으로 수입하는 고급 슬래브 가격은 지난 3분기에만 t당 100달러 정도 올라 550~580달러로 높아졌다"며 "이 같은 원재료 가격 인상을 반영해 불가피 하게 후판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선업체는 동국제강의 갑작스러운 후판가격 인상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겉으로는 "일방적인 가격 인상이 아쉽다"며 강한 반발은 자제하지만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하다.

최근 일본 철강업체와 국내 조선사 간 후판값 협상이 향후 6개월간 t당 25달러(약 2만3000원) 인상하는 선에서 타결된 상황에서 동국제강이 t당 5만원씩이나 올린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한장섭 조선공업협회 부회장은 "슬래브 가격이 4분기 들어 내린 데다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낮은 상황에서 후판가격 인상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업계는 일본 등 해외로부터 회사마다 적게는 20%,많게는 50%까지 후판을 수입할 정도로 후판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조선업계는 내주 초 담당 임원들이 모여 후판값 인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경우에 따라 동국제강을 항의 방문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2003년 4월까지만 해도 t당 38만원에 불과했던 후판가격을 국제 철강가격 상승 등을 반영,2004년부터 2005년 상반기까지 각각 64만원과 71만원대로 올려 조선업체와 '후판전쟁'을 빚었었다.

포스코는 지난 5월 이후 후판값을 t당 58만5000원으로 유지하고 있으나 "현재 후판가격 인상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동국제강의 후판가격 인상 여파로 포스코에 이어 내년 일본 수입가격마저 오르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국내 조선업체가 수입선 다변화 차원에서 중국산 후판 수입 물량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