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가족기업(family firm)으로 꼽히는 스웨덴 발렌베리가 가문의 지주회사 인베스터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2일자)는 '불후의 기업 명가 발렌베리'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지난해 9월 인베스터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뵈르제 에크홀름을 중심으로 발렌베리 가문 기업 역사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스톡홀름 금융가에서 인베스터가 다른 주주들로부터 모든 지분을 사들인 뒤 거대 사모투자회사로 변신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스웨덴 증권거래소 시가 총액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발렌베리는 인베스터를 통해 사브,스톡홀름 엔실다 은행(SEB),일렉트로룩스,에릭슨 등 투자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인베스터는 크누트앤앨리스 재단 등 발렌베리 가문 재단들이 지분 22%를 갖고 46%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스웨덴에선 발렌베리와 관계를 맺지 않고 사업할 수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이 가문과 인베스터의 파워가 막강하다.

그런데도 인베스터의 기업가치는 투자한 회사들의 지분의 가치를 합친 것보다 25% 정도 낮은 1190억스웨덴크로네(약 15조4200억원)로 평가받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투자 지분 디스카운트 현상의 원인으로 스웨덴 자본주의의 근간인 '차등의결권제도'를 꼽았다.

특정 주주에게 보유 지분보다 많은 의결권을 보장해주는 이 제도는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영미계 투자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스웨덴 상장 기업의 3분의 2가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인베스터가 13만명에 이르는 주주들로부터 자사 지분을 전부 사들이면 투자 지분 디스카운트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베스터가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게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지분을 확보한 뒤 인베스터가 사모투자회사로의 변신을 공식화할 수 있다며 에크홀름 CEO 취임 이후 홍콩에 있는 자회사 인베스터 캐피털 파트너스,스웨덴의 사모투자회사 EQT 등과 함께 이미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