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할까.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면서도 정작 필요한 정보는 찾지 못해 허둥댄다.

하루 수십·수백 건씩 들어오는 이메일과 툭하면 경보음을 울려대는 휴대전화의 문자 메시지,메신저의 수신 메시지 표시와 유·무선 전화들,그리고 쏟아지는 문서와 우편물,배달된 신문 속의 광고전단지까지.정보는 넘쳐나지만 이 모두들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

사람이 가진 '관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관심의 경제학'(토머스 데이븐포트 외 지음,김병조 외 옮김,21세기북스)은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한다.

정보기술이 급속히 확산된 오늘날 경제와 기업경영의 핵심은 사람들의 관심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라는 것.경영자가 각종 재무제표와 기업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이고,기업들이 많은 돈을 들여 광고를 하는 것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저자들은 그래서 관심을 유한한 자원으로 보고 과학적으로 측정·관리하고 경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급되는 정보에 비해 관심이라는 자원은 늘 부족한 탓이다.

실제로 오늘날 관심은 금전과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다.

경품을 타기 위해 온라인 광고를 클릭하면서 포인트를 모으는 것은 관심이 화폐나 상품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비즈니스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한하고 희소한 가치인 관심을 이해하고 경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편으로는 직원,고객,주주들로부터 관심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대안들 가운데서 자신의 관심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관리도 구성원들의 관심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성패가 달려있고,리더십의 핵심도 구성원의 관심을 파악하고 이끄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은 관심을 '어떤 개별 정보에 집중된 정신적 관여'라고 정의하고 관심을 측정하는 방법,조직화하고 보호하는 기술,관심경영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산업 등을 소개한다.

특히 관심산업의 중심축이 책,잡지,신문 등의 인쇄매체에서 케이블,위성텔레비전,비디오,웹 등의 전자매체로 이동해온 것에 주목하고 기술,정책,관습,일상,마케팅,직장생활,가정,교육 등 여러 측면에서 관심경제의 미래를 예측한다.

기술발달로 정보가 늘어나는 만큼 유한한 자원인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된다.

따라서 정보를 걸러주고 관심을 보호하는 기술이 주목받게 된다.

또 기업은 업무시간에 직원들이 업무과 관련 없는 주제에 얼마나 관심을 사용할 것인지 관리해야 한다.

몇몇 기업들이 근무시간중 개인적인 인터넷 사용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그런 사례다.

과거에는 관심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상품과 서비스는 가치있게 취급했지만 미래에는 단 몇 분,몇 초의 관심을 끄는 대가로 상품과 서비스가 교환되어 팔려나갈 것이라고 저자들은 예측한다.

'관심'의 중요성을 알고 나면 정말 '관심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임을 실감하게 된다.

328쪽,1만5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