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전격 핵실험을 단행함에 따라 대북 포용정책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온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도 전면적인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마당에 포용정책을 계속 주장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겠느냐"면서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상황이 그렇게 바뀌고 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거세지는 제재 동참 요구

노 대통령은 "이제 한국이 제재와 압력을 강조해온 국제사회의 주장에 맞서 대화를 계속하자고 주장할 입지는 현저하게 위축되거나 상실된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는 당장 유엔을 통한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며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상황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미,일이 대북 군사행동으로 갈 수 있는 관문에 해당하는 유엔 헌장 제7장을 원용한 유엔 안보리 결의 채택을 추진할 경우 이를 반대할 명분을 찾기조차 어렵다.

정부는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유엔 안보리의 즉각적인 논의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을 막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동참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이 북한으로 향하는 모든 선박에 대한 나포와 수색을 추진키로했다.

오는 15일께 방한할 예정인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군축·국제안보담당 차관을 통해 미국이 이에 동참하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대북 포용정책 궤도 수정 불가피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의 필요성과 함께 북한의 유일한 '보급로'인 중국과 한국의 대북 직접 교역에 대해서도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노 대통령도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될 것"이라고 언급,근본적인 대북정책의 기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날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해 모든 것을 인내하고,양보하고,수용할 수는 없게 됐다"고 잘라 말했다.

1992년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이번 핵실험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 변화 요인이 생겼으며,이로 인해 앞으로 인도적 차원의 물자 지원도 어렵다는 쪽으로 정부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여기에는 '레드라인'을 넘어선 북한에 더 이상의 대북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정서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해서도 "내용이 현저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전의 방안을) 논의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하나의 옵션으로 앞으로 변화해 나가고 관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