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핵실험을 전격 단행했다.

10일 노동당 창건 61주년을 앞두고 '건드리면 다 죽는다'는 식의 마지막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파키스탄 같은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대내적으로는 강성대국임을 선전해 체제 응집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제2의 '고난의 행군'에 내몰리게 됐다.

○대미 협상력 제고

북한의 핵실험은 대미 협상의 주제를 핵 동결과 폐기에서 감축으로 바꾸겠다는 대내외적 선언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1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방코델타아시아 문제 해결을 요청했으나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지 못했고 7월 저우융캉 중국 공안부장의 방미시 위폐 제조와 마약 거래 혐의를 자진 신고하겠다는 계획을 우회적으로 전달했으나 먹혀들지 않았다.

허문영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이 대화를 거부하면서 '핵전쟁 위협과 제재 압력 책동'으로 고립압살시키려 하기 때문에 '자위적 전쟁 억제력 강화' 차원에서 핵실험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북한 논리"라고 말했다.

○체제 응집력 강화

핵실험의 또 다른 노림수는 내부 결속이다.

북한은 1998년 9월 김 위원장 체제 출범 후 정권의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등 제한적인 개혁·개방을 시도했으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지연되면서 경제난은 심화하고 부정부패와 민심 이반 등 각종 일탈현상만 경험했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핵실험 이후 북한은 강성대국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주민을 설득하는 한편 외부 위기를 고조시키면서 체제 응집력을 높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 장기적 붕괴 위험 높아져

이제 남은 수순은 유엔의 본격적인 경제 제재다.

1990년대 중반 일시적인 국제적 고립과 자연 재해로 최대 300만명으로 추정되는 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북한은 최악의 상황을 이미 각오한 듯 보인다.

홍 박사는 "당시엔 주민들이 배급 경제가 와해되면서 희생당했으나 지금은 제한된 시장경제가 돌아가고 자력갱생에 단련돼 유엔 제재의 타격이 당시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 제재의 영향은 경제적 타격에 그치지 않고 탈북 행렬이 가속화하면서 북한 내부 및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크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