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에 대해 포기한지 오래고,한나라당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지역구를 돌아본 여야 의원들은 역시 "먹고 살기 힘들다"는 성난 민심에 직면했다.

여당 의원들도 여권에 대한 민심의 비판을 여과 없이 전했고,한나라당 의원들은 현 정권뿐만 아니라 자기당에 대한 질책의 목소리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한다.

여기에 '북한 핵'이라는 안보 불안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민심을 경험해야 했다.

○"비판조차 할 것 없다"=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을 맡고 있는 강봉균 의원(전북 군산)은 8일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무슨 정치 얘기냐.한결같이 경제가 어렵다는 말만 하더라"며 "추석 전에 터진 북한 핵실험 문제에 대해 걱정스런 목소리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박병석 의원(대전 서갑)은 "재래시장 상인이나 자영업자들 모두 올해 경기가 사상 최악이라고 아우성"이라며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원성뿐 아니라 국회의원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목희 의원(서울 금천)은 "모두들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들만 하더라"며 "특히 열린우리당에 대한 관심 자체가 낮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워낙 심해 민심을 제대로 들을 수 없을 정도"라는 반응이었다.

고흥길 의원(경기 성남분당갑)은 "열린우리당과 정부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고 한나라당도 정신을 못차리는 것 같다,정권을 잡을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쓴소리를 들었다"며 "얼굴을 들기 어려웠다"고 한숨을 지었다.

권오을 의원(경북 안동)은 "국회의원 꼴 보기 싫어하고,대통령은 더욱 보기 싫어해 민심을 듣기 힘들었다"며 "현 정권에 대해선 이미 포기했기 때문에 비판할 거리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김태환 의원(경북 구미을)은 "먹고살기 어려운데다 전시작통권 환수,북핵 문제까지 겹쳐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상상을 초월했다"며 "한나라당은 야당다운 맛도 없고 이래 가지고 집권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더라"고 강조했다.

김정훈 의원(부산 남갑)은 "정부에 대해 애정이 있어야 비판도 하는데,이제 관심도 없어 하더라"고 말했다.

이진구 의원(충남 아산)은 "정치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어떤 얘기를 해도 믿지를 않더라.한나라당도 대권 경쟁에만 몰두하지 말고 국민이 뭐를 바라는지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며 자아비판에 나섰다.

○호남에선 통합 얘기=내년 대선과 관련,호남에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간의 통합 얘기들이 나왔다.

열린우리당 유선호 의원(전남 장흥·영암)은 "경제 얘기 못지 않게 내년 대선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민주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상열 의원(전남 목포)도 "한나라당과의 통합엔 부정적이었지만 열린우리당과는 힘을 합쳐야 하고,특히 고건 전 총리를 매개로 한 연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대선 후보들 간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권오을 김정훈 의원 등은 "대선 후보들이 찢어지면 집권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홍영식·강동균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