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국내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

북의 핵실험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관계 없이 단발성 악재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에 자극받은 미국 등의 대북 제재 조치가 확대되고,이에 맞서 북한이 강경발언을 쏟아내고,이로 인해 또 다른 강경대응 조치가 나오는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 경우 한반도는 자칫 전쟁의 위기로도 치달을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이 핵실험을 놓고 양보하지 않는 치킨게임(마주보는 두 차를 정면으로 몰아가다 먼저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게임)을 벌이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반면 북한이 핵실험 강행 카드를 협상용으로만 사용하고 미국 등이 북한의 요구를 적절하게 수용할 경우 이번 사태는 '찻잔속 태풍'으로 끝날 수 있다.

최악과 최상의 시나리오 가운데 어느 쪽으로 사태가 전개될지는 지금으로서 예측하기 어렵다.


금융시장 대혼란 불가피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미국 등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북한을 제재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미국 등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차원에서 각국의 북한계좌를 폐쇄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금강산관광사업이나 개성공단사업 등으로 북한에 자금이 유입되는 것도 차단하려 할 것이다.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인정되고 미국 등이 대북제재에 들어가면 가장 우려되는 것이 해외자본의 이탈"이라며 "환율상승과 대외거래 차질 등으로 경제가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일 종합주가지수는 20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역외에서 거래되는 원·달러 환율은 950원을 넘어섰다.

외국인들의 한국증시 이탈이 가속화되고 원화자산을 팔아치우는 내국인들이 늘어날 경우 원화 환율은 상당히 오를 수 있다.


경협 중단 불가피

남한과 북한측이 공동으로 추진해온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사업 남북철도연결사업은 북한이 핵 실험을 단행할 경우 곧바로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유엔이 대북 제재에 들어갈 경우 이들 사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국내에서도 한나라당 등 정치권에서 대북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국민 여론마저 대북 지원에 대해 적대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금강산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이 중단되면 북한의 반응이 격해지고,이에 따라 한반도에서 위기감이 고조될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해 핵실험을 포기할 것을 북한쪽에 설득하고 있으나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남북 간 경제협력사업이 일절 중단되고 북한의 강경대응이 가시화되면 환율이 외환위기 때처럼 폭등할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의 전쟁 위기감은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이탈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의 대치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자본유출이 확산될 경우 국내 경제는 심리적인 공황에 빠져들 수도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위기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계약 취소 등으로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북핵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풀려나갈 것인지에 따라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의 폭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카드라면 제한적 영향

북한의 핵실험 강행 선언은 미국 등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카드이기 때문에 실제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분석팀장은 "지난번 미사일을 발사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핵실험에 실패할 경우 더 이상 보여줄 카드가 없어지게 된다"며 "얻는 것은 전혀 없고 제재만 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북한은 핵실험을 하는 척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핵실험은 북한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만큼 쉽게 사용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