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향(麝香)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속설이 말해주듯 고가의 약재로 취급된다. 인체의 막힌 기운을 통하게 한다 해서 중풍이나 전신마비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향의 향기는 더욱 기막히다. 좀 과장하면 수십리 밖에서도 그 냄새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여서 최고급 향수와 남성화장품에 사용된다.

특히 우리나라 사향은 영험한 것으로 소문나 예로부터 한약재로 널리 쓰였을 뿐만 아니라 부부금실용으로도 사용됐다. 사향냄새를 풍기면 남편과 잠자리를 자주 한다며 시집가는 딸에게 친정어머니가 사향주머니를 싸주기도 했다. 기생이름에 '향'자가 흔한 것도 사향과 무관치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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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은 수컷 사향노루의 음경쪽에 붙어 있는 호르몬 주머니로 3년 이상 자라야 사향주머니가 생긴다. 사향도 채취방법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생향을 가장 으뜸으로 치는데 사향노루가 여름에 벌레와 뱀을 많이 먹고 겨울을 지낸 뒤 향이 가득한 채로 봄에 저절로 떨어진 것이다. 제향은 산채로 잡아서 사향주머니를 떼어낸 것이고,심결향이란 수명이 다한 사향노루에서 떼어낸 것이다.

사향노루가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정말 귀한 몸이 되었지만 6·25 전만 해도 그리 어렵잖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사향노루가 약재로 남획되면서 멸종위기에 이른 것이다. 환경부가 이 사향노루를 며칠전 공개했다. 지난해 양구에서 잡은 것으로 당시 20년 만에 나타났다 해서 화제를 모았는데,앞으로 사향노루 암컷 한 마리를 추가로 포획해 인공증식작업을 벌인 뒤 원래 서식지로 되돌려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사향노루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선진국들의 고급 향수 소비가 늘면서 사향노루의 수난도 더욱 모질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이 나서서 아프가니스탄 부탄 인도 미얀마 러시아 등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는가 하면,이제는 천연사향의 국제교역도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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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멸종되어가는 사향노루가 인공증식으로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