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감사원이 국책 금융기관을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감사원이 금융 공기업의 경영이 방만하고 모럴 해저드가 만연하고 있다며 구조 개선을 요구한 지 나흘 만에 재경부는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일부 금융 공기업을 경영혁신 우수 기관으로 선정했다.

일각에선 재경부가 감사원의 국책은행 기능 전면 재검토 요구에 수용 곤란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처럼 대응한 것은 감사원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재경부는 29일 경기도 용인 삼성휴먼센터에서 열린 혁신 워크숍에서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3개 국책 금융기관을 경영혁신 우수 산하 기관으로 선정,사무관 이상 전 직원에게 이들 금융기관의 경영혁신 우수 사례를 듣도록 했다.

이 자리에서 수출입은행은 상향식(Bottom-up) 경영 혁신을 추진해 경영 성과를 대폭 높였으며 기업은행은 뛰어난 인사관리 모델을 바탕으로 중소기업금융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보는 정책자문기구인 '열린코딧참여위원회'를 발족시킨 결과 2년 연속 정부로부터 혁신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지난 27일 12개 금융 공기업과 30개 자회사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인 결과 방만 경영과 모럴 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특히 기업은행이 다른 국책은행보다 임금이 낮다는 이유로 2002년부터 3년간 연봉을 과도하게 인상했다고 파악했다.

수출입은행에 대해선 성과급 기준을 소급 적용하는 등 편법을 동원해 연봉을 인상했으며 해외 지점망을 과도하게 많이 가지고 있어 구조조정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었다.

재경부는 감사원의 발표 직후 산업은행의 자회사 매각은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는 등 즉각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이번 혁신 워크숍에 3개 국책 금융기관을 경영혁신 우수기관으로 초청한 것도 감사원의 지적을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혁신 워크숍의 일정은 감사원 발표 이전에 정해진 것이며 산하기관 초청은 내부 혁신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