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불평하는 고객보다 더 무서운 것은 불평 없이 참는 고객들이다.

이런 고객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서서히 제품과 기업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이런 고객들의 마음을 빨리 읽고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퇴출되고 만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품질은 상향평준화 되고 가격은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

격화되고 있는 시장경쟁의 결과다.

이제 같은 제품도 고객만족도를 어떻게 높여주느냐가 기업 생존의 화두가 됐다. 잘 만들어 싸게 파는 것 못지 않게 고객의 마음 읽기가 필요하다.

KMAC(한국능률협회컨설팅)가 매년 고객 만족도를 조사, 발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조사에서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만족도가 지난해보다 다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공공서비스 부문은 소폭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부터 8월 사이 전국의 성인 남녀 1만795명을 대상으로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Kore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를 조사한 결과 올해 고객만족도(KCSI)는 53.4점으로 지난해보다 1.4점 낮아졌다.

101개 조사대상 업종 중 약 80%에 달하는 81개의 고객만족지수가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에 고객만족도가 상승한 업종은 약 17%인 17개에 그쳤다.

고객만족도는 각 산업별 상품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지수다.

1992년부터 KMAC가 한국 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개발한 한국형 고객만족도 측정모델로 국내 각 산업군의 조사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소비재 제조업,내구재 제조업,일반서비스업,공공서비스업 등 4개 산업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부문별 고객만족도를 보면 제조업이 2.7점 하락한 59점이었고, 서비스업(공공서비스 포함)은 지난해보다 1.1점이 하락한 51.1점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중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여성용 기초화장품과 티백녹차,주방세제,냉장고 산업은 대체로 만족도가 상승했다.

섬유유연제,커피,고추장,냉장고,에어컨,일반승용차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서비스업에서는 시내·시외전화,은행,신용카드,편의점 등의 만족도가 다소 높아졌고, 검색포털사이트, 영화관, 피자전문점,백화점 등도 높은 만족도를 보여줬다.

공공서비스 분야에서는 조사대상 12개 분야 중 8개 분야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우편,전력,철도 등의 만족도가 상승했다.

이는 참여정부 들어 실시하고 있는 각종 국민만족활동의 결과로 보이나 민간 부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기업별 고객만족도를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경우 가정용에어컨·냉장고·이동전화단말기·TV·데스크톱PC·노트북PC 등 7개 분야가 1위를 차지했다.

KT는 시내·시외·국제전화와 초고속인터넷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구 태평양)은 티백녹차,남성용 기초화장품,여성용 기초화장품 분야에서 수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특징은 10년 이상 고객만족도 1위를 지켜온 기업이 늘어난 점이다.

현대자동차는 일반자동차 부문에서 13년 연속 1위를 차지,가장 오랜 기간 1위를 유지하는 기업이 됐다.

이밖에도 삼성에버랜드는 12년 연속 1위,세탁세제부문의 CJ라이온과 대형서점부문의 교보문고가 10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KMAC 관계자는 "올해 조사 대상 101개 산업분야중 81개 분야의 만족도가 하락한 것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고객의 기대수준을 각 기업이 충족시키지 못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제품 품질 및 서비스 개선 등 다양한 고객만족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장기적인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을 극복하기 어렵고,소비행동 상의 심리적 불안요소 등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점이 만족도 하락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