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지역신문 '레스트 레퓌블리칸'이 23일 프랑스 국방부 기밀문건을 인용해 사망설을 보도함으로써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 신문의 보도에 이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CNN방송 등은 사우디아라비아 소식통을 인용,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사망설과 중병설 등을 잇따라 제기했다.

빈 라덴은 미국의 대일 선전포고를 유도한 일본의 진주만 습격 이후 미국에 대한 최대 공격이라는 2001년 9.11 미 본토 테러의 배후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이 9.11 이후 그의 체포에 2천50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거는 등 신병확보에 혈안이 돼 있지만, 아직까지 그의 행방은 오리무중. 이런 가운데 그의 사망 가능성을 점치는 서방언론 보도가 연이어 그의 생사여부가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957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빈 라덴은 제다에서 수학하던 16세때부터 회교단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으며, 학교를 마친 후 상속받은 건설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종교적 신념에 이끌려 몇년 후 사우디를 떠나야 했다.

1979년 처음으로 구소련의 침공을 받은 아프가니스탄을 찾은 그는 수천명의 아랍 의용군을 무장시키는데 상당한 돈을 썼다.

이후 1989년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자 사우디로 돌아갔으나 사업가로 정착하지 못했으며, 1994년에는 이집트와 알제리의 과격 회교단체들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여권까지 압수당했다.

여권을 돌려받자마자 수단으로 옮겨 건설업을 재개했으나 이번에는 미 정보당국으로부터 테러단체에 자금 및 훈련캠프 설치를 지원한다는 의심을 받고 결국 미국과 유엔의 압력에 굴복한 수단으로부터 추방당하게 됐다.

이후 그가 아프가니스탄으로 되돌아간 경로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일부는 예멘에 한때 체류했다고 말하기도 하고 다른 일부는 사우디에서 신분을 위장해 거주했다고도 말했다.

빈 라덴은 언론과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소재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 등의 정보 당국은 파키스탄도 그가 숨어있는 곳일 수 있다고 보고 추적해 왔다.

이번 사망설이 나오기 전에 빈 라덴이 최근 공개적 메시지를 전한 것은 지난 1월30일 이슬람 웹사이트를 통해서다.

그는 메시지에서 숨진 이라크의 알-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를 애도하고 미국과 동맹국을 계속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테이프에 나온 목소리가 빈 라덴의 것임을 확인했다.

그는 3개월 후인 지난 4월25일에는 오디오 테이프를 통해서도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으나 그의 목소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그의 소재에 대해 아무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이번에 제기된 사망 또는 중병설의 진위를 확인하기는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빈 라덴을 둘러싼 이러한 보도에 대해 각국의 반응은 현재까지는 부정적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레퓌블리칸의 보도에 대해 '노 코멘트'라고 말했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빈 라덴의 사망설은 확인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도 그의 사망설은 단지 추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아프탑 칸 셰르파오 파키스탄 내무장관도 "우리는 그런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 빈 라덴을 쫓고 있는 정보당국은 물론 유럽관리들도 그의 사망설을 부인했다.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yct94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