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국민연금 개혁방안에 대한 당론을 마련하면서 '그대로 내고 덜 받는' 쪽으로 연금 개혁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당 안대로라면 당장 내년부터 소득대체율(연금수령액)이 전체 가입기간 중 월 평균소득의 60%에서 50%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연금 개혁안이 통과되면 가입자들에게 꼭 불리해지기만 하는 것일까. 개혁안엔 이미 여야가 합의한 가입자 수급권 강화 방안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개혁이 가입자들에게 오히려 득(得)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복 급여 가능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중복급여 허용 △연기연금 가산제 도입 △유족연금 남녀차별 개선 등이다. 이들 방안은 여야가 2년여 전에 합의했으나 큰 틀(보험료-소득대체율 조정)이 합의가 안 돼 계속 계류돼 온 조항들이다.

중복급여 허용 방안은 국민연금에서 하나의 급여를 타게 되면 다른 급여는 못 타게 했던 것을 중복으로도 탈 수 있게 만든 것. 이 조항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노령연금을 받는 사람도 배우자 사망시 유족연금(당초 지급액의 20%)을 함께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지금은 고용보험에서 구직급여를 받으면 연금을 받을 나이가 돼도 노령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으나 개정법안이 통과되면 동시에 받을 수 있게 된다.

연금 수령시기 늦추면 가산

개혁안은 노령자들의 근로 의욕을 높이는 인센티브도 포함하고 있다. 60세가 됐어도 일을 할 수 있어 연금이 필요없는 사람은 한 차례 수령 시기를 연기할 수 있는데 이 경우 1개월마다 연금지급액이 0.5%(연 6%)씩 늘어난다. 예컨대 60세에 연금으로 월 100만원을 받게 된 A씨가 수령 시기를 65세로 연기했다면 5년 후 받게 될 금액은 월 150만원(물가상승률 연 3% 감안)으로 늘게 된다.

정상 수급연령(60세) 이전에 받는 조기노령연금액은 현재보다 액수를 더 낮추되,조기노령연금 수령자가 근로활동을 재개하면 연금 지급을 중지하던 항목은 월 소득액이 156만원 이하일 경우에만 연금지급을 중지하는 쪽으로 바뀌게 된다.

또 현재는 유족연금은 여성만 받게 돼 있으나 남성도 자녀 부양의무를 지거나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초(노령)연금 도입 가장 큰 혜택

여야 간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나 기초(노령)연금은 법 개정 때 가장 주목되는 대목이다. 여당은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60%에게 7만∼10만원을,야당은 65세 이상 전체 노인에게 13만5000원(지난해 가입자 월 평균소득의 20%)을 지급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다자녀 가정에 부여되는 인센티브(출산 크레딧)나 군복무자들에게 연금 가입기간을 6개월 추가 인정해 주는 군복무 크레딧도 개혁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시행되는 혜택들이다.

권문일 덕성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가입자의 수급권 강화안은 제도적인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므로 이번에 개혁안이 처리되지 않더라도 분리 처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