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검찰수사를 '밀실수사'로,변호사들을 '거짓말쟁이'로 비하하는 듯 발언한 데 따른 파문이 검찰과 법원의 감정대립으로 격화되고 있다. 검찰이 21일 공식적인 유감을 표명하고 대한변협이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등 반발하자 법원 고위관계자도 "일개 재판받는 당사자인 검찰이 어떻게 법원과 싸울 수 있는 관계가 되냐"고 재반격에 나섰다.

법원은 이날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대표의 보석을 거론하며 검찰과 대립각을 세웠다. 김 전 대표는 금융기관 대출을 도와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지만 법원은 '전형적인 검찰의 여론재판'이라며 지난 20일 풀어준 것.

법원 관계자는 "김재록 피고인의 범죄란 지금도 회계법인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정도며 기소내용도 별것 아닌데 검찰이 여론재판으로 미리 망신을 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특히 "검찰은 재판받는 일개 당사자"로 규정,'사법의 중추는 법원이고 검찰과 변호사단체는 보조하는 기관"이라고 한 이 대법원장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검찰과 변협은 이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대법원장 말씀에 대한 검찰의 입장' 문건을 통해 "대법원장 말씀은 국가기관인 검찰의 기능과 역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국민에게 비쳐질 수 있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검찰총장 명의의 유감 표명이 이뤄지기는 사법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변협은 아예 대법원장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변협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법원과 검찰,변호사의 역할을 무시하고 법조삼륜이 유지해온 사법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구술변론 위주의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한 것"이라며 "진의가 왜곡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관행 전 고법 부장판사 구속 이후 검찰과 법원이 감정싸움을 숨기지 않는 형국이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정태웅·김현예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