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부품·장비 대표주들이 잇단 자회사 부실로 골치를 앓고 있다.

부실 자회사 청산에 나서는 곳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부실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실적이 나빠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론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반도체 식각장비 자회사인 에이티엘의 부채 67억원을 면제시켜주고 이 회사를 청산시키기로 결정했다.

2001년 계열사로 편입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나타내는 등 계속되는 부실로 자본이 잠식됐다.

주성엔지니어링의 국내 3개 계열사 중 흑자를 나타내는 곳은 무한이 유일하다.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인 코리아써키트는 최근 프라임전자 테크노써키트 등 두 계열사를 청산키로 했다.

이들 역시 부실이 이어지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든 기업들이다.

최근 PCB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향후 성장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청산을 결정했다.

아펙스코리아 멀티코리아 등 다른 계열사들도 상당 부분 자본이 잠식된 상태다.

휴대전화용 키패드 업체인 DK유아이엘의 자회사인 DK유테크 역시 최근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일부 공장을 폐쇄하는 등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DK유아이엘이 지분 95%를 갖고 있다.

자회사들의 부실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지분법 평가손실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코리아써키트는 2004년 5억원 수준이던 지분법 평가손실이 올 상반기에는 12억원으로 불어났다.

DK유아이엘의 지분법 평가손실도 2004년 14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9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상반기에만 23억원을 기록했다.

나머지 휴대폰부품이나 반도체 장비업체들도 자회사들의 부실이 점차 늘어나면서 영업외비용을 불어나게 하는 '골치덩이'로 작용하고 있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는 "고부가 제품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경쟁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며 "이 때문에 국내 계열사를 청산하고 해외쪽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고부가 제품에 집중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부실 자회사 청산은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올 들어 줄곧 내리막을 걷던 IT 주요 부품·장비주들은 8~9월 들어 일제히 반등에 나서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8월 초 이후로만 50% 올랐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