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결혼을 앞둔 74년생 동갑내기 유승열 최현정씨 커플은'혼(婚)테크'족의 전형이다.

"결혼은 투자며 노후 준비의 시작"이라고 여기는 유씨는 대형 우량주 100여주를,최씨는 6년째 부어 온 청약통장을 각각의 혼수로 준비했다.

대형 가전 구입 등 '발품'을 팔아야 할 때도 '손품'을 들여 인터넷 가격 정보로 철저히 무장하는 것은 기본이다.


'결혼을 잘 활용함으로써 최대한 이익을 낸다'는 의미의 '혼테크'가 젊은층 사이에서 빠르게 보편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일기획은 결혼 적령기를 맞은 25∼34세 미혼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와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62%가 "결혼도 일종의 투자"라고 응답했다고 17일 밝혔다.

결혼을 운명 내지는 사랑의 결실로 받아들였던 '아날로그 세대'와는 다른 '디지털 세대'만의 웨딩 트렌드가 확연히 나타난 것.

응답자의 84.4%가 "결혼은 노후 준비의 시작"이라고 답했으며 62%는 "결혼도 일종의 투자"라고 응답했다.

만남 과정에 대한 질문에서는 "소개를 받을 때 나도 모르게 조건을 살피게 된다"는 응답률이 70.6%에 달했다.

또 "결혼식은 엄숙하기보다 재미있어야"(64.3%) 하며 "결혼 생활에도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90.6%)고 입을 모았다.

혼수에 대해선 "직접 챙기겠다""온라인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응답이 각각 90.8%,67.2%에 달했다.

88.4%는 "혼수는 되도록 최소화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답했다.

제일기획은 '혼테크'족에 걸맞은 유망 혼수 상품의 키워드는 'Basic(기본)''Convergence(융합)''Comfortable(편안함)' 세 가지라고 분석했다.

기본에 충실하되 다양한 나눔,변형,결합을 통해 즐거움을 줘야 하고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제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조언이다.

보고서는 'TV+컴퓨터' 등 디지털 제품의 복합화나 앤티크적인 것과 첨단 디자인이 결합된 인테리어,실속형 명품,DIY형 가구 등의 부상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또 보고서는 창의적(creative)이며 막연한 감성은 지양하고(reality) 공감할 수 있는 기술(empathy),매력적인 이미지(attractive),트렌드의 이면(trend-in),입소문 효과(effect)를 적극 활용하는 등 'CREATE'가 혼테크족을 겨냥한 마케팅의 핵심 키워드라고 요약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