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회담] 美기업인 "FTA 진정성 믿어도 되나"‥'재계대표와 대화'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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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하루 전인 13일(현지시간) 미국 재계 거물들과 또 하나의 '서밋'을 가졌다.
한·미 재계회의가 요청해 워싱턴의 미 상공회의소에 마련된 오찬을 겸한 이날 모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사활적 이해 관계를 갖고 있는 기업 대표들이 주로 참석했다.
노 대통령의 왼쪽에는 대우차를 인수한 릭 웨그너 GM 회장이,오른쪽에는 최근 송도에 3억5000만달러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게일사의 스탠리 게일 회장이 자리잡았다.
그 옆으로 쇠고기 수입이라는 현안이 걸려 있는 다국적 농축산기업인 카길사의 데이비드 레이스벡 부회장과 기회가 될 때마다 한국 금융시장의 완전 개방을 주장하는 메트라이프 보험사의 로버트 헨릭스 회장이 앉았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의 또 다른 이해 당사자인 보잉통합방위시스템 짐 엘바 사장과 노스롭사의 로널드 슈가 사장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FTA 협상의 핵심쟁점인 약가 적정화 방안에 촉각을 기울이는 화이자의 더들리 쉴라이더 아시아 담당 회장도 참석했다.
마치 업종별 대표기업 CEO로 연합군을 구성,노 대통령을 포위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의례적인 환영사와 건배가 끝나고 본론에 들어가자 이들 역시 금쪽같은 시간을 내 한국 대통령을 만난 만큼 '본전'을 뽑겠다는 식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질문의 핵심은 한국 정부의 FTA 추진에 대한 진정성을 믿어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협상을 하는 척하다 결국 국민정서 등을 이유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 나라의 지도자가 이처럼 큰 문제를 가지고 정략적으로 이용할 수가 있겠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또 "괜히 협상시늉만 하다가 돌아서지는 않는다"며 FTA를 정치적,정략적으로 이용할 의사가 없음을 표시했다.
대통령에게 직접 협상 현안에 대한 구체적 질문을 하지 않는 관례를 깨고 한 참석자는 FTA 협상의 핵심 쟁점인 약가 적정화 방안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어떤 제도 간에 국민을 위하고,보편적이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를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참석자 모두를 겨냥한 듯 "(FTA협상 과정에서) 어떤 경우라도 국내외 차별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얼핏 들으면 "절대 손해가 되는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내에서의 발언취지와는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이날 오찬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노 대통령의 화끈한 답변에 매우 만족해 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그럴 만한 것이 수시로 정책을 뒤집는 한국 정부에 신뢰감을 느끼지 못한 이들에게 대통령의 말만큼 확실한 보증서는 없기 때문이다.
워싱턴=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