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3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예년과 달리 백화점부터 재래시장에 이르기까지 '대목'을 앞둔 흥청거림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음력 윤달이 끼어 추석이 환절기가 훨씬 지난 10월 초로 넘어가면서 명절 옷 주문이 사라진 데다,최고 열흘에 가까운 긴 연휴로 예년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해외로 빠져 나가 내수시장이 공동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오히려 악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12일 남대문시장주식회사에 따르면 추석을 앞두고 활발하게 일어나는 도·소매상인 간 가을옷 거래가 이달 들어 평년보다 40% 줄었다.
전통적으로 재래시장에 추석 특수를 안겨줬던 아동복과 부인복에 대한 지방 상인들의 주문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의류업체들도 가을옷 시즌과 어긋나버린 '추석 특수'는 물 건너 갔다고 보고 가을옷 생산을 20~30%씩 일제히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명절 대목을 앞두고 의류 생산량이 오히려 감소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의류 생산업체들이 작업량을 축소하면서 면직물과 데님 스판 원단의 가격이 8월 초에 비해 최고 20%까지 폭락하는 등 원단업계에까지 주름살이 미치고 있다.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긴 연휴에 따라 해외여행을 계획한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추석 선물 예약 판매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백화점 추석 선물 예약 판매 데스크는 지난해 같은 시점에 비해 주문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번거로운 선물 대신 여행 경비를 건네거나,해외여행 등으로 집을 비우는 까닭에 서로 선물을 주고 받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재래시장과 지역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열흘 가까이 영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올 추석이 자영업자들에게 최대 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대원 상가뉴스레이다 선임연구원은 "요식업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은 한 달의 3분의 1에 달하는 열흘 장사를 공치면 임대료를 내기도 버거울 것"이라며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소비경기 침체가 쭉 이어질 경우 올해 말에 자영업 대란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명절 대목이 아니라 '명절 불황'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