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이 빠르게 늘고 있어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빚은 꾸준히 증가하는데 경기전망은 밝지 않아 실질 소득 하락에 따른 신용리스크가 부각되는 상황이다.

12일 금융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중 가계신용(대출과 신용카드 판매)은 16조7200억원 늘어났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 급증한 것으로 15분기(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세다.

금융감독위원회도 가계 부채 증가를 예의 주시하며 관리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박대동 금감위 감독정책2국장은 "신용 버블기인 2001~2002년 수준(28%)은 아니지만 가계 빚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금리상승,부동산시장위축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면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가계 대출라인 풀 가동

한국은행과 금감원에 따르면 2분기 중 가계신용은 16조7287억원 증가했다. 이는 1분기(7조3000억원)의 2배를 웃돌 뿐만 아니라 마구잡이 카드발급으로 거품소비의 절정기였던 2002년 3분기 이후 15분기 만에 최대치다. "가계가 다시 부채 불감증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계 빚이 급증한 주된 원인은 주택구입 자금대출(12조5000억원 증가)이지만 여기에는 금융권의 '돈 퍼주기 게임'이 한몫했다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금융회사들이 외형경쟁을 벌이면서 대출 세일에 나선 탓이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중 가계에 무려 8조6265억원을 풀었다. 6개월 만에 가계대출 잔액이 24%나 급증했다.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상반기 중 11% 증가했다.

하반기 들어 은행권의 외형경쟁은 다소 주춤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카드사의 카드론과 저축은행의 소액대출,그리고 대부업체의 고리대출로 대출경쟁이 번지는 양상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6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조7000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6.8%의 증가율을 기록,금융권별로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서민 금융기관인 농.수협의 단위조합 대출잔액도 1분기 860억원 감소에서 2분기에는 2조7144억원이나 늘어났다.


○가계신용 위험없나

박대동 금감위 국장은 "현재의 가계 신용 증가세나 규모가 과도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가계채무 상환능력이나 금융기관의 손실 대응능력 등을 감안할 때 가계 및 금융회사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질국민총소득(GNI) 대비 개인 금융부채비율(0.75%),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개인 금융부채 비율(1.4배),개인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2.3배) 등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 지표가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관건이다. 경기침체로 가계 소득이 줄면 빛 상환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미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13개월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치는 등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지표가 잇따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아파트 가격이 하락조짐을 보이는 등 부동산 경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200조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이 변동금리 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자부담이 늘어나 가계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출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한 사람이 카드대출로 '돌려막기'를 하는 현상이 재현되면서 개인파산이 잇따를 수 있다는 경고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