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워싱턴 대회전'(大會戰)을 앞두고 자신의 대북 정책과 동북아 평화체제에 대한 정리된 생각을 조금씩 노출시키고 있다.

군사적 대치와 경제 제재라는 압박보다는 경제 협력과 교류 확대라는 '포괄 안보'개념을 공식적으로 처음 제기,대북 강경책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한 것이다.

○동북아 포괄안보 체제 필요

노 대통령이 10일 아셈정상회의 1차 회의에서 제기한 포괄안보의 개념은 북한을 동북아의 정치,경제적 공동체 틀안으로 흡수해 북한 변수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가장 유효한 방법이며,그 틀로 동북아 안보협력체를 두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1995년 헬싱키 협정에 따라 탄생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벤치마킹 모델로 제시했다.

OSCE는 NATO와 옛 바르샤바조약기구(WTO) 및 모든 CIS국가들을 포함하는 55개국으로 구성된 안보협력기구.노 대통령의 구상은 냉전시대 해체 이후 탄생한 OSCE와 같이 동북아도 중·러와 미·일이라는 대결적 안보구조를 시대변화에 맞게 재편해야 하며,북한 역시 이러한 다자 간 논의의 틀 안에서 관리한다는 것이다.

미국 일방의 주도로 북한에 대한 중요한 국제적 결정이 이뤄지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군사적 대치와 상호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보다는 동아시아 국가 간 경제적 의존도를 높이고 문화와 인적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지역 안보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테러와 환경오염 재난 등 국제적 이슈까지 공동 논의하는 틀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압박도 6자 회담의 정상화가 목적

노 대통령이 지난 9일 대북 압박도 6자회담이라는 대화의 틀을 가동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맥락의 발언을 한 것도 동북아 포괄안보체제의 출범을 위한 전제가 북핵 문제의 해결이며,이를 위해 6자 회담의 정상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압력이든 아니든 6자 회담을 정상화시켜 그 안에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보는 것이 한·미 간 협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이는 액면상으로는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다양한 수단이 동원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대북 압박을 통한 북한의 체제변화나 정권교체에 명확히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북한에 대해 제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부시 미국 대통령과 어떻게 협의할 것인지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발언,양국 간 입장의 조율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헬싱키=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