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지도력 위기'에 처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체제는 주요 정책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잇달은 반기로 지도력이 시험대에 올랐고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체제도 유력 대선주자들의 '큰 그늘'에 가려 당 장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야 모두 영이 서지 않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주요 정책마다 불협화음이 표출돼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대 과제인 한·미 FTA 추진에 대해 의원들이 집단 반발하는가 하면 사립학교법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당론인 재개정 주장이 당내에서 공공연하게 나온다.

김 의장이 추진 중인 '뉴딜'에 대한 당내 태클도 만만치 않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당 지도부가 '옐로카드'를 꺼내들지만 시간이 가면서 약발이 잘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지도부는 한·미 FTA 협상에 반대해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감지했으나 이를 막지 못했다.

게다가 지도부가 이들에게 경고조치를 내렸음에도 일부 의원이 "말도 안 된다"며 반발하고 나서 갈등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일부 의원이 처음 제기할 때만 해도 별반 호응이 없었던 사학법 재개정 목소리도 지도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당내 중도파를 중심으로 점차 높아가는 형국이다.

'뉴딜'도 당내 일부 개혁파가 반대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한나라당=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지명 사태와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을 둘러싼 '청와대 인사 압력' 의혹 등 숱한 '호재'에도 정국 주도권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뒷북치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서도 뜬금없이 국민투표 카드를 꺼냈다가 '현실성 없는 정치공세'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최근 개최한 의원총회에서는 전시작전권 환수 반대 결의문조차 채택하지 못하는 지도력의 한계를 노출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소속 의원들로부터 '비토'를 당했다.

강 대표는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대 표결 지침을 내렸으나 곧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표결 불참을 결정,지도부의 뜻을 뒤집어버렸다.

이 같은 '지도력 한계'는 그가 차기 대권주자를 뽑을 때까지만 당을 이끄는 '관리형 대표'라는 데서 비롯된 구조적인 측면이 강해 쉽사리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재창·김인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