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종로2가 지하철 1호선 종각역과 연결된 종각지하상가에서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로 추정되는 가스가 대량 누출돼 최소한 60명이 병원으로 옮겨지고 상인과 행인이 긴급 대피했다.

이 사고로 한때 지하도 입구가 봉쇄되고 상가와 연결된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는 전동차가 무정차 통과해 인근 지역에 심각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하에 설치된 냉난방기 가동 시설에서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면서 일산화탄소가 발생, 누출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 사고 당시 상황 = 8일 정오 무렵부터 종각지하상가에서 일하던 상인들 중 상당수가 두통, 구토, 현기증 등 이상 증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오늘 몸이 좀 안 좋은가 보다'라고만 생각하고 인근 약국에서 간단한 약을 사 먹는 정도로 그쳤으나 시간이 갈수록 증세가 심해졌다.

오후 2시30분께 상가를 걸어가던 여성 행인이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상가 관리사무소는 공기가 탁해 이런 일이 생기는 것으로 판단, 오후 4시께 "교대로 밖에 나가 바람을 쐬고 오라"는 안내 방송을 했으나 쓰러지는 상인들이 계속 늘어났다.

사고를 오후 4시13분께 소방서에 신고한 박기춘씨는 "신고 1시간 전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인근 상가 상인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하상가 관리사무소 한 직원은 "코가 띵해서 사무실에서 나왔을 때 지하상가를 함께 걸어가던 여자 2명 중 1명이 쓰러지는 것을 봤다"며 "3∼4명은 호흡곤란 증세가 심해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지하상가 일부 상인들은 3∼4일 전부터 일부 종업원들이 두통과 메스꺼움 등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사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1천여평 규모 지하상가 내 105개 점포에서 일하던 상인과 고객을 전원 대피시키고 지하상가 연결통로와 입구를 봉쇄했다.

서울메트로는 오후 4시45분부터 상가와 연결된 지하철 1호선 종각역을 지나는 전동차를 무정차 통과시켰다.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당국이 측정한 지하상가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한때 환경부 기준(1시간)의 10배에 가까운 225ppm에 이르렀다.

`연탄가스'로 통칭되기도 하는 일산화탄소에 중독될 경우 두통·현기증·이명(耳鳴)·구역질·구토·사지마비 등을 일으키며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 피해 상황 = 지금까지 경찰이 파악한 가스중독자 수는 60명이며 이 중 39명은 사건 현장에서 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나머지는 직접 병원을 찾았으나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고 이후 병원을 직접 찾아가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당국집계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실제 피해자 수는 60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후 7시30분 기준 병원별 환자 수는 서울백병원 40명, 세브란스병원 3명, 강북삼성병원 2명, 이대동대문병원 10명, 국립의료원 5명이었으나 상상수는 간단한 치료를 받고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백병원에 있는 환자 중 5명은 산소호흡기 치료를 받기 위해 중환자실에 들어갔으나 중태는 아니라고 경찰은 전했다.

이날 사고로 지하상가 105개 점포 상인들이 경찰과 소방당국이 출동한 직후부터 사실상 철시해 영업손실을 입었다.

또 종각역 부근을 지나던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고 이 일대 교통도 한동안 큰 혼잡을 빚었다.

종각지하상가 번영회는 사고원인이 밝혀지고 냉난방기가 정상 가동할 때까지 영업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

◇ 사고 수습 = 사고가 나자 경찰과 소방관 등 198명의 대원과 36대의 차량이 출동해 현장에 상황본부를 설치하고 지하통로를 차단하는 등 사고 수습에 곧바로 착수했다.

관계당국은 오후 5시 30분께 사고 지역의 일산화탄소 농도가 환경부 기준(1시간) 이하인 20ppm으로 낮아지자 신고 접수 1시간여만인 오후 5시30분부터 지하도 통행을 재개했다.

종각역에서 양방향 전동차 무정차 통과를 실시했던 서울 메트로도 오후 5시40분께부터 정상 운행을 재개했다.

그러나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밤까지 철수하지 않고 현장에서 사고원인 조사를 계속했다.

◇ 사고원인 = 사고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하 2층 기계실에 설치된 효용흡수식 냉난방용 냉온수기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냉난방용 냉온수기를 가동하는 데 쓰이는 도시가스(LNG)가 불완전 연소를 일으키면서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가 과다배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가스누출 지점으로 지목된 기계실은 종각역 대합실에서 지하상가 쪽으로 약 70m 떨어진 상가 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해당 기계는 2003년 8월 설치돼 기계 노후나 관리 소홀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경찰과 소방당국의 분석이다.

그러나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당시 하루종일 기계실에서 일한 직원들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며 "경찰과 소방당국의 사고 지점 및 원인 분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홍정규 기자 bkkim@yna.co.kr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