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對)중국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과감한 투자로 한국산 부품 및 소재의 대중 수출이 크게 늘지 않는 반면 중국산 저가 제품의 수입은 급증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양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는 데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산업자원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중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한 무역흑자는 120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5억2000만달러에 비해 4억6000만달러 적다.

아직 연말까지 다섯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최근 둔화되는 대중 수출 증가세를 감안하면 연간 무역흑자 규모가 감소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올해 대중 무역흑자가 감소한다면 2001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대중 무역흑자는 2002년 48억9000만달러,2003년 132억달러,2004년 201억8000만달러,2005년 232억7000만달러 등으로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올 들어선 주춤하거나 오히려 소폭 감소세다.

월별 무역흑자를 보면 4월 16억1000만달러,5월 18억1000만달러,6월 20억1000만달러 등이었으나 7월엔 다시 18억9000만달러로 꺾였다.

이는 올 들어 수출 증가세가 수입 증가세를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 들어 7월까지 대중 수출 증가율은 10.8%인 데 반해 수입 증가율이 19.3%에 이르고 있다.

특히 7월 한 달만 놓고 보면 대중 수출 증가율은 5.9%로 2002년 2월(-13.1%) 이후 4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데 반해 수입 증가율은 21.7%를 나타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이처럼 둔화되고 있는 것은 중국이 철강과 석유화학 등 기초 소재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수입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중국이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위안화 평가 절상,금리 인상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점도 한국 기업들엔 부담이다.

이는 중국에 대한 수출 둔화가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추세적으로 장기화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의 최대 수출 상대국이자 최대 교역흑자 파트너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계속 둔화된다면 궁극적으로 경상수지 흑자 기조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간재 수출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완성품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