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대학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품질보증서 격인 공학교육인증제가 심각한 '보틀넥'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신입사원 채용시 인증을 받은 공대 졸업생들에게는 10%의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힌 뒤 전국의 공대들이 너도 나도 인증 신청에 나선 까닭이다.

이러다 보니 국내 유일의 인증기관인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의 '용량'이 초과되면서 후유증이 나타날 조짐이다.



○공대 인증신청 폭발적 증가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사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원장 박찬모 포스텍 총장)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발표 후 2007년도 공학교육 인증평가를 받기 위해 올해 신청서를 낸 공대는 서울대 고려대 등 17개로 집계됐다.

인증원 부원장을 맡고 있는 홍의석 광운대 교수는 특히 "현재 50개 이상의 공대가 인증 평가 신청에 앞서 통상 2년 정도 걸리는 프로그램 준비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1999년 국내에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된 이래 7년 동안 인증을 받은 대학이 23개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수치다.

지방 공대들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실제 지난달 중순 대전 한밭대와 부산 한국해양대에서 열린 간담회의 경우 지역대학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아주대의 경우 공학교육인증을 추진하기 위해 최근 전문 연구원을 뽑기도 했다.


○인증기관 예산·인력 부족 심각

인증제에 대한 공대들의 이 같은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인증평가 일정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인증원의 예산과 기업소속 평가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간 13억원의 예산과 삼성전자에서 파견한 40명의 기업평가위원 수를 고려할 경우 신청대학 17개 중 11개 정도만 내년 중 평가가 가능하다"고 털어놨다. 나머지는 내후년으로 미루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

신청한 대학을 모두 평가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최소 30억원으로 늘어나고 기업 지원 평가위원 수도 현재의 2∼3배는 돼야 할 것이라고 인증원측은 분석했다.

서울에 있는 한 공대의 P교수(43)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인증 평가가 자칫 '부실'이라는 평가가 나올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증신청을 했지만 제때 평가를 받지 못해 미뤄지는 대학의 경우 졸업생들이 취업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형편이다.

홍 교수는 "인증제는 기업이 요구하는 현장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인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외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빠른 확산을 위해 다른 기업들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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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교육인증제

국제적 수준의 현장 중심 기술인력을 배출한다는 것을 목표로 한 공과대학 교육인증제도.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정한 교육목표와 기준,세부지침 등에 따른 공학교육을 실시하고 소정의 과정을 이수한 학생에게 인증서를 준다.

학생들은 이전보다 두 배 가까운 전공과목과 공학설계 공학경제 공학법제 등 공학기초 소양 과목을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1932년부터 인증제가 시작됐으며 현재 공과대학의 90% 이상이 인증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