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화가,음악 연주기법….'

가전제품과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단어들이지만 올 가을 국내 생활가전의 트렌드를 설명해주는 핵심 키워드들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 등 국내 가전 3사의 최근 신제품 발표회장은 마치 예술 디자인 경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LG전자가 화가 하상림의 작품에서 따온 '꽃'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자,삼성전자는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가전제품으로 맞서고 있다.

대우일렉은 독특한 분할화음 연주법인 '아르페지오'에서 차용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능 위주의 백색가전이 주도했으나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지고 주거 형태도 점차 고급화하면서 디자인이 경쟁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며 "덕분에 매장에서 가전 3사의 제품이 외양으로 자연스럽게 구별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트,생활가전 속으로

LG전자는 지난달부터 꽃을 주방가전 디자인에 접목시킨 '아트 디오스' 시리즈를 내놓고 갤러리 키친을 표방하고 나섰다.

'꽃의 화가'라 불리는 하상림씨의 작품을 적용한 '모던 플라워' 디자인은 은은한 문양의 꽃을 과감히 제품 전면에 배치해 순수성과 과감성을 동시에 살린 게 특징.손잡이 부문에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디자인을 채용해 고급 이미지를 한층 부각시켰다.

양문형 냉장고 11종,김치냉장고 8종을 시작으로 조만간 세탁기,에어컨 등 전 가전제품으로 모던 플라워 디자인을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정상급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주방 가전제품으로 프리미엄 고객층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특히 과거 가격대별로 제품을 구분하던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소비자의 연령을 고려한 디자인 라인업 방식을 새롭게 선보였다.

예를 들면 똑 같은 기능의 양문형 냉장고라도 30∼40대를 겨냥해서는 안정과 발전의 이미지를 주는 장미 디자인을 반복적으로 배치한 제품을 선보인 반면 20∼30대층 대상 제품은 퓨어 가든의 비정형 패턴으로 여백의 미를 살렸다.

9월10일께부터 일선 매장에서 판매에 들어간다.

삼성과 LG가 '꽃'을 디자인의 모티브로 삼은 반면 대우일렉은 음악연주법에서 디자인을 따왔다.

대우일렉은 현악기에서 자주 쓰이는 독특한 분할화음 연주법인 '아르페지오' 스타일의 스팀 드럼세탁기,양문형 냉장고 신제품을 올 가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첼로가 현을 중심으로 3등분돼 있는 것처럼 가전 제품에 파격적 원색과 검정,빨강색의 3면 분할 디자인을 적용,역동성을 강조했다.

대우일렉은 다음 달 출시하는 김치냉장고를 비롯해 에어컨 등에서 아르페지오 스타일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김영범 대우일렉 국내영업본부장은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아트 디자인이 급부상함에 따라 '미투' 제품 방지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우리 집만의 디자인 제품 선호

'아트' 가전제품은 독특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가전 3사 중 가장 먼저 신제품을 출시한 대우일렉의 경우 불과 한 달 새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을 정도다.

아르페지오 디자인 양문형 냉장고의 경우 출시 1개월 만에 인테리어 냉장고 시장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색상 대비가 강한 블랙 앤드 레드 제품의 경우 10개 중에 7~8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수직 면 분할과 강한 원색 대비 조화가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게 대우일렉측의 설명이다.

지난달 31일부터 하이프라자를 비롯해 현대 롯데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에서 판매에 들어간 '아트 디오스' 시리즈도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 봄 출시 직후 월 판매량 4만대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던 '피오레'의 인기를 능가하고 있다는 게 일선 매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와인 색상의 아트 디오스에 대해 20∼30대 예비부부들의 문의가 집중되고 있다.

현대 백화점 관계자는 "유명 화가의 작품을 접목시켰다고 해 매장에 와서 '아트 디오스'가 어떤 것이냐고 문의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