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까지는 봐야지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시스템가전사업부 편경숙 대리(27).

첫째 아이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편 대리에게 자녀 계획을 묻자 대뜸 '셋'이란다.

'아이 셋은 부의 상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육아에 부담을 느끼는 세태에 편 대리의 대답은 무척 뜻밖이었다.

"제가 결혼을 일찍 한 편이라 세 명까지는 가능할 것 같아요.

첫째가 사내라서 여동생들이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요,저도 딸을 갖고 싶거든요."

자신의 자녀 욕심을 한껏 드러내던 편 대리는 "아이가 많아도 회사 다니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는 얘기도 빠뜨리지 않는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은 회사의 위상답게 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육아 관련 시설을 갖추고 있다.

모유 수유를 위한 유축시설을 갖춘 모성보호실부터 취학 전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대형 어린이집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초일류'의 시설을 갖고 있다.

이 회사가 육아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는 무엇보다 사업장 내 13개 모든 빌딩에 모성보호실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임산부들이 업무 중에도 짬을 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모성보호실에는 모유 수유를 위한 시설과 함께 임산부들이 쉴 수 있는 침대까지 마련돼 있다.

편 대리는 요즘도 하루에 한번씩 모성보호실을 방문,유축한 뒤 퇴근해서 아이에게 젖을 먹인다.

"지금은 젖을 뗄 때가 돼서 한번씩 유축하지만 출산 직후에는 하루에 세 번씩 모성보호실을 이용했어요.

예전에는 선배들이 사내에 유축할 만한 공간도 없고 상사 눈치를 봐가며 화장실까지 이용했다는데…."

편 대리는 출산휴가 복귀 후 대리 승진까지 했다.

요즘 일 욕심을 더 내는 것도 높아진 직책 못지 않게 회사의 배려가 고마워서다.

삼성전자는 여성 인력의 출산 및 육아지원에서도 초일류를 지향하고 있다.

성차별 철폐에 나서면서 1990년대 말 전체 직원(3만9350명)의 25%(9900명) 수준이던 여성직원 비율이 지난해에는 38.5%(3만1040명)로 급증했다.

오랫동안 금녀의 구역으로 남아 있던 해외 주재원에도 2004년부터 과·차장급 여성인력이 속속 발탁되고 있다.

육아시설도 급증,지금은 모성보호실 38곳,어린이집 5곳,상담센터 9곳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문을 연 화성사업장 어린이집(수용규모 300명)에는 장애아동을 보살필 수 있는 시설과 첨단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다.

수원사업장 어린이집(수용규모 100명)도 연내 300명 규모로 신축,이전할 계획이며 내년 서초동으로 이전하는 서울 본사에도 최첨단 어린이집이 들어선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폭적 출산 및 육아지원 정책은 젊은 부부들의 적극적 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수원사업장의 경우 750명의 기혼 여성 가운데 연 평균 250명이 출산 휴가를 이용하고 있다.

출산 직전 휴가를 낸 여직원이 130여명이고 산후 휴가자가 120여명에 이른다.

수원사업장 기혼 여성 세 명 중 한 명은 '출산 중'인 셈이다.

편 대리도 내년에 첫째 아이를 사내 어린이집에 맡긴 뒤 둘째를 가질 생각이다.

그는 "셋째까지 낳으려는 것도 상대적으로 출산 여직원에 대한 회사의 따뜻한 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