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발표한 '비전 2030'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정부가 국가의 장기발전 비전을 마련한 것 자체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정책 방향이나 실현 가능성 등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특히 복지를 강화하는 데 전제가 돼야 할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돈 벌 계획은 없는데,돈 쓸 궁리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해왕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은 "한국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후 뚜렷한 장기비전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며 "장기적 비전을 마련한 것 자체는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비전이 너무 장밋빛 일색이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며 "비전실현 과정에서도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정부 계획대로라면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데 이는 결국 나라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 교수는 또 "경제 성장을 잘 할 생각은 안하고 결과로 나타날 복지만 생각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돈 벌 계획 없이 돈 쓸 궁리만 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권 말기에 이런 장기 비전을 발표하면 다음 정부에 굉장한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비전 2030'이 제시한 2030년 미래상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박원암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숫자로만 보면 앞으로 3~4% 정도씩 경제성장을 하면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세계 10위가 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선진국도 그 정도 수준의 성장은 하는데 무슨 근거로 경쟁력이 그렇게 올라갈 것으로 낙관하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권말기에 굳이 이런 걸 발표하는 의도를 잘 모르겠다"며 "앞으로 어느 정도 복지재원이 필요한지는 과거의 각종 연구결과에 나와 있는데 이번 대책에는 그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고 비판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 문제에 대비해 연금제도를 개혁하고 서비스업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등 기본 방향은 제대로 설정한 것 같다"며 "문제는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실천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송 위원은 또 "향후 우리 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해 양대 정치세력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활발한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