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하 게임개발원)이 문화관광부의 위임을 받아 게임장 경품용 상품권을 지정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불법 사행성 게임장 단속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6부(박상훈 부장판사)는 손님에게 비지정 상품권을 경품으로 제공했다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게임장 업주 손모씨가 서울시 성북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 16일 "게임개발원의 상품권 지정은 권한 없이 한 행정행위로서 무효"라고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법률에 따르면 문화관광부 장관은 경품의 종류를 정해 고시할 권한을 가질 뿐 민간단체에 관련 사무를 위탁할 권한을 부여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화관광부는 2005년 7월 '게임제공업소의 경품취급기준'이라는 고시를 통해 게임개발원에 경품용 상품권 지정 권한을 위임했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6월1일 '스크린 경마' 게임 손님들에게 상품권을 경품으로 줬다가 '사행성 게임물은 경품을 제공할 수 없다'는 문화부 경품 기준을 어긴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57) 등 게임장 업자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문화부 장관이 경품 기준을 정하면서 경품 종류와 지급 방법 등을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품 제공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므로 문화부 고시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행 게임물로 판명된 경우 '중대한 공익상 이유'나 '사정변경'을 이유로 등급 분류를 철회하거나 고시에 의해 경품 종류ㆍ제공방법 등을 제한해 규제하는 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0일 창원지법 행정1부(강구욱 부장판사)는 게임장에서 제공하는 경품용 상품권에 대해 문화관광부가 게임개발원에 지정권을 위탁한 고시는 법령상 근거가 없어 무효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음반ㆍ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은 문화부 장관에게 경품 종류를 지정할 권한만 부여했을 뿐 위탁 권한을 부여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결이 이어지자 최근 비지정 상품권 업체들은 자사의 상품권을 사용해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며 게임장 업주들을 상대로 광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홍용건 서울행정법원 공보판사는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이 1심 판결에 따라 즉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