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건설 경기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정부는 근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다.

지방건설 경기를 되살리려면 주택이든,토목이든 기본적으로 건설사의 일감을 늘리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물량 확대보다는 정해진 물량 안에서 영세 건설업체에 좀 더 나눠주는 식의 지원에만 치중하고 있다. 물량 확대를 위한 부동산 규제 완화는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여기고 있어서다.

정부는 25일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공공건설 및 지방건설업체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회의에서 △지역의무 공동도급 한도 확대 △공공건설 수의계약 금액 인상 △하반기 공공건설사업 적기 집행 등의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은 다음 주 중 열린우리당과 당.정 협의를 거쳐 발표된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지방건설 경기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공사물량 확대가 아닌 나눠먹기식 영세 건설업체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지방 건설사를 반드시 참여토록 하는 지역의무 공동도급 기준을 현행 50억원 미만에서 84억원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당장 지방 건설업체의 일감을 늘리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근원적인 건설수요 확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행 1억원 이하인 공공건설사업 소액수의계약 금액을 인상하는 것 역시 물량 확대가 아닌 영세업체 지원책일 뿐이다.

정부는 하반기 발주될 공공 공사가 상반기(16조7000억원)보다 40% 정도 많은 23조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추가적인 물량 확대는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공공건설만으론 지방건설 경기를 되살리기 어렵다며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민간건설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건설 관련 단체는 최근 △주택사업용 토지 등에 대한 보유세 완화 △집값이 안정된 지방의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해제 △기반시설부담금의 도시 규모별 차등 적용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 대한 층고제한 완화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부동산 규제를 부분적이나마 완화해 건설수요 자체를 늘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돼 있어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방 건설경기를 살리는 대책의 핵심은 가격이 안정된 지방이라도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며 "그게 빠진다면 정부 대책은 변죽만 울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