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오설록 티하우스),SPC(파리크라상),CJ(투썸플레이스) 등 마케팅 노하우를 쌓은 토종 대기업들이 카페 사업에 뛰어들면서 스타벅스 등 외국계 선발 주자의 취약점을 파고든 게 주효했다.
'애니콜' 등 한국산 '명품'의 활약을 보고 자란 20대 사이에서 '토종이 더 고급스럽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등 세태가 바뀐 덕도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종' 승리,대학로 '카페 전쟁'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국내 최대 카페타운인 서울 동숭동.'학림다방' '오감도' 등 유서 깊은 토종 찻집들을 밀어내고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스타벅스,커피빈 등 외국계 커피 하우스가 대기업형 국내 카페들에 되밀려나고 있다.
혜화역 1번 출구에서 마로니에 공원 방면으로 이어진 '카페 골목'에서 외국 브랜드의 독점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2000년 1월 스타벅스 개점을 시작으로 자바커피(8월),커피빈(2004년 6월) 등 미국계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던 이곳은 8월 파리크라상(카페형으로 리뉴얼 오픈),9월 오설록 티하우스,올 7월 투썸플레이스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토종 대 해외 브랜드'의 대결장으로 바뀌었다.
각 '진영'의 숫자가 대등해진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하루 평균 매출(평당)에서도 토종 브랜드의 우위가 나타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와 자바커피가 각각 올 상반기 중 하루 평균 평당 4만원,1만6000원의 매출을 올린 데 비해 토종 브랜드는 △민들레영토 6만6000원 △오설록 6만원 △파리크라상 4만5000원 등의 매출을 거두었다.
투썸플레이스도 개점 한 달여 만에 평당 3만8000원의 평균 매출로 스타벅스에 근접해 있다.
그나마 미국계 브랜드 중에서는 커피빈이 평당 5만8000원으로 선전하고 있는 편이다.
이들 카페가 내놓는 대표 음료 가격은 별 차이가 없다.
톨(tall) 사이즈 기준 카페라테 가격이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3800원,파리크라상 4000원,커피빈은 4300원(스몰 사이즈)이다.
티 하우스인 오설록은 일반 녹차 한 잔에 5000원을 받는다.
○'토종'이 더 고급스럽다
토종 카페들이 내로라 하는 미국계 커피 하우스들을 제압하기 시작한 데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철저한 차별화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평가한다.
'서비스는 테이크 아웃,주력 품목은 커피'라는 미국계 브랜드들의 공식을 깨고 편안한 소파,갓 구운 빵 등을 매장에 들여 놓은 것.
배윤성 오설록 사업팀장은 "매장이 위치한 상권 특성에 따라 인테리어를 조금씩 달리한다"며 "인테리어 비용이 스타벅스 대비 3배에 이를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썸플레이스 역시 CJ그룹 내 디자인연구소에서 1년간의 준비 끝에 유럽풍의 매장 인테리어를 고안했다.
특히 투썸플레이스에서 시작한 '베이커리형 카페'는 스타벅스형 카페의 '대항마'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소정 투썸플레이스 과장은 "4∼5년 전에 일본 스타벅스 등은 이미 과일과 샐러드를 파는 등 복합화로 가고 있었다"며 "이를 벤치마킹해 100% 매장에서 직접 구운 케이크,샌드위치 등을 제공하는 등 차별화를 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소개했다.
커피빈이 2003년 자체 베이커리 공장을 설립하고 스타벅스가 지난 7월부터 일부 매장에서 금방 만든 샌드위치를 아침 메뉴로 내놓기 시작한 것은 '베이커리형 카페'의 위력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계 브랜드들이 곳곳에 매장을 늘리면서 "너무 흔해졌다"는 평을 받는 것도 국내 토종 카페들의 고급화 전략이 먹혀들게 했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학생들 사이에서 '별다방(스타벅스)' '콩다방(커피빈)'이라는 말까지 보편화했을 정도다.
박동휘 기자·최진석 이현주 이승호 인턴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