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품을 팔러 다니는 세일즈맨이 한 사무실에서 쫓겨나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려던 그가 갑자기 뒤돌아선 것은 문 앞에서 회사 이름을 본 직후."사장님은 무슨 일을 하십니까?" 시간이 아까웠던 사장은 빨리 이 사람을 내몰고 싶어 서둘렀다.

"상품 파는 법을 가르칩니다." 말을 해놓고 나니 아차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즉시 바짓가랑이를 붙잡혔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제발 좀 가르쳐 주세요." 40여 분 후 사장은 외출하기 위해 비서에게 갔다.

그런데 그녀의 책상 위에 조금 전 보았던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게 뭐지?" "네,방금 산 응급처치 박스예요."

어딘가 허술했지만 진지했던 세일즈맨에게 즉흥 족집게 교육을 시켰던 사장의 이름은 마크 에플러.GE와 프록터앤갬블,3M 등 유명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로 자신의 경험을 모아 '흰개미에 집중하라'(이경식 옮김,휴먼앤북스)를 펴냈다.

조직의 목표달성에 결정적 장애가 되는 '작지만 큰 실패'를 흰개미로 비유하고 예방과 대책의 노하우를 제시한다.

기둥뿌리를 서서히 갉아 먹어 결국엔 집 전체를 허물어 버리는 '경영상의 흰개미' 57가지가 잘 정리돼 있다.

혼자 스타가 되려 권력 행사를 즐기는 리더십,동기부여를 강제로 이끌어내려는 오만,미시경영에 집착하는 장기계획의 부재 등이 관리자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회사 규정을 고집하고 직원에게 재량권을 주지 않아 고객 서비스에 실패한 경우를 보자.'수표를 현금으로 바꾼 은행 손님이 주차권에 도장을 찍어달라고 했다.

하지만 행원은 입금만 거래 행위로 인정하는 규정을 위반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고객은 지점장을 찾아 항의했지만 그것도 허사였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는 다음날 그 은행 계좌의 돈을 모두 인출해 버렸다.

자그만치 200만달러가 넘었다.'

미국 전역의 화재,폭풍우,홍수 손실액을 합친 것보다 크다는 흰개미 피해.평소 조심하고 '가랑비에 옷 젖지' 말아야 할 일이다.

436쪽,1만5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