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포스코센터 서관 19층 피닉스홀.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이날 첫 사내 윤리위원회를 연 뒤 10여명의 윤리위원회 위원들과 오찬을 하면서 지난 3년간의 윤리경영 성과와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윤리경영관과 인사원칙을 강조하고 간부들의 리더십 실태와 임직원들의 업무 문화를 직접 화법으로 지적해 주위의 눈길을 끌었다.

세계 3위의 글로벌 철강기업에 걸맞은 수준으로 도약하자는 채찍질이었다.

그는 사내 계열사 한 곳을 예로 들면서 추상 같은 윤리경영관을 제시했다.

"한 계열사 임원과 얘기하던 중 업종 특성상 기존 영업관행을 어쩔 수 없이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듣고 단단히 화를 낸 적이 있다.

공명정대하게 영업하라는 것인데 기존 관행을 고집하려면 사업을 접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윤리경영은 거창한 게 아니라 작은 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거다.

눈에 보이는 일,안 해도 되는 일을 많이 하면 출세를 하고 조용히 묵묵하게 일하면 10% 정도만 인정해 주는 인사문화가 있다면 큰 일이다.

그런 현상이 있다는 것은 내가 사람을 잘못 발탁한 결과가 아닌가 걱정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아예 윤리와 회사이익이 상충하면 윤리를 택하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구매 담당자가 자재를 구매하는 경우 소신 구매도 될 수 있고,비리 구매도 될 수 있다.

평소 구매 담당자의 행동을 보고 신뢰가 있으면 소신 구매고 아니면 비리 구매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일하는 문화도 바꿀 것을 주문했다.

주관적이기보다 객관적인 상황에 너무 의존해 의사결정을 하는 관행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외주 파트너사의 납품가격을 조정할 때 그 회사 실정에 맞게 5%,6%,8% 등 각각 인상해 주면 된다.

하지만 포스코 담당자는 8%를 인상해 주면 5% 인상해 준 곳으로부터 뭘 받아먹고 올려 준 것이냐는 비난을 살까 두려워 일괄적으로 인상해 주는 식"이라고 예시했다.

이 회장은 특히 "포스코는 목표가 정해지면 반드시 성과를 내는 장점이 있는데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하지 않는 것은 단점"이라면서 "이런 식이라면 회사 발전은 절대 불가능하다.

창조적인 문화가 없으면 회사는 문 닫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이런 맥락에서 창조적인 리더십과 엄격한 인사원칙을 밝혔다.

"앞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주관이 있어야 중역이 될 수 있다"며 "부·실장들은 일상 업무는 다 위임해 주고 창의적인 업무를 챙겨야 한다"고 못박았다.

예컨대 "날마다 루틴한 일만 열심히 하는 부·실장에게 외부인사를 만나보라고 해도 아는 사람도 없고 하니 계속 부하직원만 불러 관리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리자는 내부지향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는 하지 말고 분명한 실적을 만들어 낼 것도 당부했다.

무슨 제도를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정착을 시켰느냐가 간부들의 평가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포스코 리더십센터 건설계획도 처음 꺼냈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나 개선 마인드는 결국 직책 보임자에게 달려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리더십센터를 세워 직책 보임자를 대상으로 충실히 리더십을 교육시키면 10∼20년 후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와 함께 "CEO(최고경영자)로서 가치관이 있다면 역사의식이 있어야 한다"면서 "과거에 우리가 이런 경로를 밟아 왔으니 향후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요즘은 개혁이나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쓸데없는 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새로운 제도를 만든 후 정착시키지 않으면 다 쓸데없는 일이 되는 것"이라고 재삼 강조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