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포식 불참에 조성비용 문제 불거져..市 "강경 대응"

용산 민족.역사공원 조성을 둘러싼 서울시와 중앙정부간 갈등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22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간 회동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결렬된데 이어, 23일에는 용산공원 조성 비용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양측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급기야 오 시장은 24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정부 주최로 열린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에 `항의의 뜻'으로 불참하는 사태까지 빚어졌으며, 용산공원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 "전면 공원화 관철돼야" = 서울시는 건교부가 입법예고한 `용산 민족.역사공원 조성 특별법안' 가운데 제14조를 문제 삼고 있다.

이 조항이 메인포스트, 사우스포스트 등 용산공원 부지 일부의 개발 가능성을 열어둔 `독조소항'이라는 것이 서울시 측의 지적이다.

특별법안 14조는 건교부 장관에게 용산공원의 용도지역.지구 변경 권한을 부여해 공원 부지 일부에 아파트, 주상복합 등이 들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23일 건교부가 서울시와 협의 없이 용산공원 조성 비용을 국가와 서울시가 분담하도록 규정한 수정안을 공개하면서 양측의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말았다.

서울시 이종현 부대변인은 "정부는 그동안 이전부지 전체를 공원화하겠다는 의사를 말로는 주장하면서도, 14조 삭제와 공원화 대상부지 명문화 등 서울시의 요구는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용산공원화 선포식은 서울시민의 뜻을 무시한 `용산기지 개발선포식'에 다름 아니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환경.시민단체도 서울시의 입장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 등 30여개 환경.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용산중앙박물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민족역사공원 조성 및 주변지역 정비에 관한 특별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건교부, "서울시 오해 크다"= 반면 건교부는 서울시가 정부의 의도를 애써 무시한 채 사태를 왜곡하고 있다며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용산기지 공원화는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에 완성되는 대역사로, 역사성과 대규모 녹지공간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국가가 건설하고 관리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23일 발표한 특별법 수정안에서도 서울시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게 건교부의 시각이다.

수정안에서는 14조에 "용도지역의 지정 또는 변경은 용산공원의 효용 증진과 기존 시설의 합리적 활용을 위한 시설에 한한다"는 규정을 첨부, 공원의 무분별한 개발 가능성을 막았다는 설명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서울시와 협의 과정에서 부지 81만평을 모두 공원화하되 문화.여가시설 조성 등을 위해 제한적인 용도지역 조정이 불가피함을 강조했는데도, 서울시가 마치 정부가 몰래 이를 개발할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향후 전망= 용산공원을 둘러싼 서울시와 정부의 갈등은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선포식 불참에 이어 대체입법 추진, 권한쟁의심판 청구, 헌법소원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용산기지 전면 공원화'를 반드시 관철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필요한 경우 환경.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서울시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법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특별법이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한나라당 진영 의원(용산구)이 중심이 돼 대체 입법을 추진하는 전략이 상당한 실효를 거둘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조만간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관측도 대두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날 선포식에서 "중앙정부가 서울시민과 전체 국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추진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앞으로 원만한 타협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시도 강북 뉴타운 개발, 자립형 사립고 유치 등에서 중앙정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양측이 타협과 포용력을 발휘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