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에스터 원사와 페트병 등을 주로 생산하는 이 회사가 '장하성펀드'의 첫 타깃이 된 이유는 장하성 교수가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태광그룹 지배구조에서 결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태광그룹은 태광산업이 대한화섬의 지분 16.74%를,대한화섬이 흥국생명 지분 9.8%를,흥국생명이 태광산업 지분 9.99%를 보유하고 있는 순환출자 형태로 이뤄져 있다.
대한화섬은 태광산업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14.05%를 갖고 있다.
이호진 회장은 대한화섬에에 모든 계열사의 최대 주주다.
장하성 교수가 그동안 잘못된 지배구조로 지적해온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에 대한화섬이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지분 매입이 태광그룹 전체 지배구조를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게다가 대한화섬은 최근 본업인 화섬사업 대신 그룹의 기업 인수·합병(M&A)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면서 장하성 펀드의 주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그룹을 대표해 우리홈쇼핑 지분 7.38%를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4월에는 예가람저축은행을 인수했다.
반면 화섬사업에서는 지난 6월 폴리에스터 일부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등 규모를 크게 줄이고 있다.
상반기 1억5700만원의 적자를 내는 등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장하성 펀드의 지분 매입은 대한화섬의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 돼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대한화섬은 증시에서 대표적인 자산주로 꼽히는데다 부채비율도 19.7%에 불과해 재무구조가 매우 탄탄하다.
장하성펀드는 대한화섬이 그룹내 다른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 대신 우량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수익성 있는 신규 사업을 벌이면 저평가된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